'50억 클럽' 곽상도 첫 기소한 검찰…다음 관문은 박영수


처분 결정 안 돼…부산저축은행부터 딸 11억까지 의문점 많아

50억 클럽에 거론된 인물 중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첫 기소한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산까지 넘을지 주목된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50억 클럽'에 거론된 인물 중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첫 기소한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라는 '큰 산'까지 넘을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곽 전 의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는 뇌물공여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정치자금법위반죄로 추가 기소했다.

애초 화천대유가 50억원씩 주기로 약속했다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인물은 곽 전 의원 외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때 공개했다.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홍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아직 처분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특히 박 전 특검은 곽 전 의원에 이어 의심을 사는 정황이 많은 편이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1년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출브로커 조우형 씨의 변호인을 맡은 것부터 시작한다. 당시 조씨가 마련한 1000여억원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이었다. 2015년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을 민간개발로 추진하기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구속됐을 때도 변호를 맡았다. 2016년 12월 특별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화천대유자산관리 상임고문을 지냈다.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모 씨도 얽혀있다. 김만배 전 기자가 이씨에게 109억원을 건넸는데 또다른 토목업자 나모 씨에게 흘러들어갔다. 박 전 특검은 애초 촌수도 계산하기 힘든 먼 인척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씨의 다른 코스닥 상장회사에 사외이사로 재직했고 아들이 근무한 사실도 밝혀졌다.

최근에는 2015년 3월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된 뒤 박 전 특검의 돈 5억원이 김 전 기자에 전달됐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박 전 특검은 인척 이씨의 돈이며 계좌를 빌려줬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업에 직접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화천대유에 근무한 박 전 특검의 딸도 입길에 오른다. '정영학 녹취록'에 김만배 전 기자가 박 전 특검 딸에게 '50억 정도 주려고 한다'고 말한 대목도 나왔다. 화천대유 소유 대장동 아파트를 싼 값에 분양받은데다 회사에서 11억원을 대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박 전 특검 측은 정상적 대여금이라고 반박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연봉 6000만원 수준의 직원에게 십수억원을 빌려주는 기업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종업원에게 대출을 해줄 때는 월급이나 퇴직금 규모 등 상환능력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같은 경우는 특혜 대출로 의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여도 일종의 기회와 이익의 제공이기 때문에 범죄가 될 수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화천대유 자산관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고 있는 가운데 화천대유 본사 앞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남=남윤호 기자

이에 법조계에서는 '실해발생 위험'에 따른 업무상 배임죄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반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범죄를 말한다. 여기서 재산상 손해는 실제 발생한 것 뿐 아니라 발생의 위험을 빚은 때도 포함한다.

공교롭게도 박영수 전 특검이 대검 중수부 수사단계에서 조우형 씨의 변호를 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도 실해발생의 위험도 적용돼 처벌된 케이스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장모 최모 씨가 신안저축은행에서 48억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비정상적으로 개설했다고 주장했는데 역시 비슷한 경우다.

배임 혐의는 입증되더라도 특혜대출을 해준 화천대유 경영진이나 김만배 전 기자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가성이 드러난다면 박영수 전 특검도 처벌될 여지가 없지않다.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세후 25억원)으로 구속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과 비슷한 구조다.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결국 수사 향방은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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