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그분' 사실상 녹취록에 없다…의혹 넉달 만에 재확인


현직 대법관 '그분' 지칭한 발언 공개…검찰, 의미없다고 판단한 듯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가 정영학 녹취록에서 현직 대법관을 그분으로 부른 대목이 드러났다. 대장동 의혹 초기 ‘그분’은 정치인이 아니라는 검찰의 입장이 재확인된 셈이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가 '정영학 녹취록'에서 현직 대법관을 '그분'으로 부른 대목이 드러났다. 넉달 전 수사 초기 ‘대장동 그분’은 정치인(이재명)이 아니라고 밝힌 검찰의 입장이 재확인된 셈이다. 다만 검찰은 녹취록상 ‘그분’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년 2월 4일 김만배·정영학 씨의 녹취록에는 '그분'을 언급한 대화가 있다. 검찰은 '그분'이 현직 A 대법관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 전 기자는 A 대법관을 ‘그분’, ‘저분’으로 부르며 ‘(법원행정)처장’인 대법관의 딸에게 50억원 상당의 빌라를 사주려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지난해 10월 14일 국정감사 답변이 떠오르는 발언이다.

이정수 지검장은 당시 '그분'의 실체를 묻자 "언론에서는 김모 씨(김만배)가 저런 부분(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을 말했다는 전제로 보도가 되고 있는데, 저희가 알고 있는 자료와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또 "‘그분'이라는 표현이 한 군데 있지만, 정치인 그분(이재명)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만배 전 기자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1200억원 중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10월초 한 언론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보도는 녹취록에 이같은 내용이 있다는 제3자의 증언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이후 ‘그분이라는 존칭을 썼다면 최소한 김만배의 연장자일테니 이재명이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이 난무했다. 김 전 기자는 ‘천화동인 1호의 그분’ 발언을 한 적이 없고 1호는 자신 소유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1호의 실소유주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아니냐는 의심은 이어져왔다.

이에 따라 녹취록에는 애초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언급 자체가 없었다는 쪽이 유력해졌다.

또 검찰은 ‘그분’은 일상 대화에서 쓰는 3인칭 대명사 정도로, 녹취록 속에 유의미한 ‘그분’ 표현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분이 A 대법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의힘 등은 재판거래 의혹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더팩트 DB

'그분'이 A 대법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의힘 등은 '재판거래' 의혹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김만배 전 기자가 권순일 전 대법관과 A 대법관에게 로비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 위기에 처했던 이재명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2020년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다는 주장이다.

다만 당시 A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어 과거 이재명 후보의 변호인을 했던 김선수 대법관과 함께 전원합의체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긴 소부 재판부도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처장이 심리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영향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개인 독립성이 강하고 법조경력 30년 안팎에 이르는 대법관들을 특정인이 좌우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A 대법관은 판사 생활은 짧았고 변호사 경력이 훨씬 길어 현직 법관 출신이 절대 다수인 다른 대법관들과도 이질적인 편이다.

성향으로도 이재명 후보에 우호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대법관에 임명됐다.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며 박근혜 정부 최고위직 인사와 절친한 사이로도 유명하다.

여권에서는 A 대법관을 ‘대장동 몸통’이라며 탄핵까지 거론하지만 그를 대장동 비리에 연루됐다고 보기도 섣부르다. 애초 대장동 사업자들은 부동산값 폭등으로 수익이 급증하자 서로 배당금을 많이 받기 위해 스스로 부담할 비용을 부풀리거나 거짓말을 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 과정을 담은 것이 ‘정영학 녹취록’이다. 녹취록 내 발언도 옥석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A 대법관 역시 김만배 전 기자와 일면식도 없으며 녹취록에 거론된 것 자체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딸들이 김 전 기자가 언급한 대장동 빌라에 산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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