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남녀혼석 금지 조례는 위헌…"지자체 개입 부당"

독서실 남녀좌석을 구별하지 않으면 교습정지할 수 있도록 한 조례는 헌법에 어긋나므로 이에 따른 처분도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독서실 남녀좌석을 구별하지 않으면 교습정지할 수 있도록 한 조례는 헌법에 어긋나 이에 따른 처분도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독서실이 전북전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교습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전주교육지원청은 2017년 A 독서실 현장점검 결과 열람실 남녀별 좌석이 구분되지 않고 배치도상 남성좌석으로 지정된 자리를 여성이 이용하는 등 뒤섞여있는 것을 적발하고 10일간 교습정지 처분했다. '전라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른 조치다.

이에 A독서실은 조례가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전북교육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한 재결이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전주교육지원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습정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차 위반만으로 교습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례는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학원법은 시설기준에 대한 것만 위임했는데 이 조례는 운영방법을 규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교육지원청의 손을 들어줬다. 남녀별로 좌석이 구별되도록 배열하라는 내용이 있던 옛 학원법이 각 시도의 재량에 맡기는 등 재량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1심과 달리 혼석금지 조항이 시설기준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직업수행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등은 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할 수 있다. 남녀좌석 선택은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 자율이 보장돼야하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개입했다며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성년 학생이라도 부모가 자녀와 함께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나 지자체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 등은 혼석이 허용되는데 독서실만 금지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조례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수행 자유, 독서실 이용자의 일반적 자유행동권이나 자기결정권에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법률의 위헌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하지만 명령, 규칙, 조례는 법원이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지원청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이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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