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부실수사 의혹' 삼부토건, 단순 시공사 맞나…부지 직접 소유


파주운정 주요 사업자 정황…윤 후보 측 "범죄 가담 증거 없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사 시절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파주 운정지구 택지 불법불하 사건에서 불기소된 삼부토건이 사업의 주요 시행사였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나왔다./더팩트DB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검사 시절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진 '파주 운정지구 택지 불법불하 사건'에서 불기소된 삼부토건이 개발지 상당량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사업의 주요 주체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왔다. '단순 시공사라 수사대상이 아니었다'는 해명으로는 납득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9일 <더팩트>가 확인한 2007년 1월 12일 관보(16420호) 건설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2006년 11월~2007년 2월 운정지구 택지개발사업지 중 약 3200평의 ‘소유권 이전 청구 전 가등기’(가등기) 권리를 시행사인 SM종합건설, '미래가'와 동시에 확보했다.

이 고시는 운정지구 개발 계획에 따른 토지의 소유권 및 그 외 권리 변경에 따라 이뤄졌다. 삼부토건은 가등기에 이어 실제 본등기까지 마치는 등 개발부지의 소유권을 행사했다. 삼부토건이 공동사업자가 아니라면 2곳의 시행사와 권리를 나눠 가질 이유가 없다.

가등기 시점은 수사가 마무리된 2006년 초 이후지만 애초의 사업 참여자가 아니었다면 얻기 힘는 권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밖에도 삼부토건이 운정지구에서 시행사 발주에 따라 공사만 한 단순 시공사에 그치지 않았다는 방증은 적지않다.

SM종합건설 소유 개발부지 일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삼부토건은 주민 입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지분 36.77%를 계속 보존해 왔다. SM종합건설(44.84%)보다 지분은 적지만, 당시 삼부토건 현직 임원이 설립한 미래가의 지분율이 18.39%다. 삼부토건의 실질적 지분율이 총 55.1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윤 후보의 삼부토건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국민의힘 측 반론과는 어긋나는 내용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시공업체들은 범죄에 가담하지 않아 모두 수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며 "삼부토건도 시공업체로서 다른 시공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수사 대상이 전혀 아니었고, 범죄에 가담한 정황도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선대본부 측은 "8개 시행업체 대표가 토지 지주작업 과정에서 벌인 범죄로서, 삼부토건을 비롯한 각각의 시공업체들은 범죄에 가담하지 않아 모두 수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선대본부는 "수사 이후 발생한 가등기 사실만으로 삼부토건이 시행사 경영에 참여해 직접 지주작업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며 "특정 시행사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부지 일부 소유권을 취득한 것과 시행사로서 경영 참여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공동 시행사로서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적어도 삼부토건 관계자가 공동으로 시행 전반에 관여하면서 지주 작업 과정의 범죄에도 가담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삼부토건은 범죄에 가담한 정황과 증거가 전혀 없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관보16420호 건설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2006년 11월~2007년 2월, 이 기간에만 운정지구 택지개발사업지 중 약 3200평의 ‘소유권 이전 청구 전 가등기’ 권리를 ‘SM종합건설’ 및 ‘미래가’와 동시에 확보했다./관보

운정지구 택지 불법불하 사건은 SM종합건설 대표 장모 씨 등 8곳 시행사 관계자들이 싼값에 땅을 사려고 약 3만2000평 부지의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처벌받은 일이다.

당시 시행사들은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공고 시점인 2003년 5월 13일 이전에 토지 매입계약을 하면 저렴하게 땅을 살 수 있었다. SM종합건설 등은 해당 시점 이후에 토지를 매입했으나 이전에 산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2006년 1월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5명이 구속기소, 12명이 불구속기소됐다. 이후 SM종합건설 대표 장 씨는 2007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윤 후보가 검사 시절 대표적 수사 성과로 내세우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파주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며 "땅과 돈의 흐름을 쫓아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파주운정 사업에서 삼부토건은 주요한 사업주체이자 SM종합건설과 동업자였는데도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SM종합건설의 사업자금은 삼부토건에서 빌린 돈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불법 행위에 쓰인 돈의 흐름을 쫓지 않았다.

이 돈의 출처는 서울중앙지검이 2013년 삼부토건의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면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삼부토건 법무팀이 수사 대응 목적으로 만든 문건에 따르면 개발사업부 부장 이 모 씨는 "2003년 9월 9일부터 약 1년 동안 총 129억 원, 2004년 8월부터 약 1년 동안 83억 원을 운정지구 토지매입 자금 명목으로 SM종합건설에 대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대여 기간이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공고일 이후였으므로 불법불하 행위 전반을 삼부토건도 알았거나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시행업자로서 삼부토건은 동업자, 시공사로서는 단독 업체로 볼 수 있어 사실상의 최대 수혜자"라며 "SM종합건설 등과 한 몸으로 움직였지만 한 쪽만 떼어내 수사가 진행됐다니 의아하다"고 설명했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1997~2012년 개인 일정표와 메모 2006년 10월 5일(완쪽), 2011년 8월 13일에 각각 ‘뉴서울(황하영사장·윤검사)’, ‘만찬·윤검사·황사장’이 병기됐다. 윤검사는 윤 후보로 추정된다./더팩트DB

당시 삼부토건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SM종합건설과 삼부토건은 운정지구에서 함께 살다시피 한 동업자"라며 "시행업에 필요한 지주작업 등도 전부 원팀이 돼서 진행했는데 어째서인지 삼부토건만 빼고 기소가 됐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수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2006년 10월 윤 후보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에 등장한다. 수첩에는 ‘뉴서울(황하영 사장·윤검사)’이라고 적혔다. 황하영 사장은 윤 후보의 오랜 측근으로 강원도 동해시 소재 건설기업 동부전기산업의 대표다. 그의 아들은 현재 윤 후보 수행비서를 맡고 있다.

운정지구 수사 당시 삼부토건은 검사·판사 출신 전관들을 법률 고문 혹은 자문 인사로 두고 있었다. 각각 여상규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2003.11~2019.1), 김각영 전 검찰총장(2003.5~2015.8), 정진규 전 서울고검장(2005.5~2012.11), 이범래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2001.7~2015.8)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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