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투자자들의 계좌를 주가조작에 동원했다고 지적한 반면 권 전 회장 측은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전 회장과 '선수' 이정필 씨 등 9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선수' 이 씨에게 주가조작을 의뢰했고, 지인과 가족 계좌를 주가조작에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크게 5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우회상장을 한 도이치모터스의 주가가 2009년 폭락하자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원금을 보장하기 위해 권 전 회장이 '선수' 이 씨에게 주가조작을 의뢰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2009년 1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검찰은 사건 1단계로 보고 있다.
도이치 사건 경찰 내사보고서에 따르면 1단계 시기인 2010년 2월 권 전 회장은 '계좌를 위탁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주주들에게 제안하며 이 씨에게 소개해줬다. 이 중 한 명이 바로 김건희 씨다. 김 씨는 자신의 10억원 신한증권계좌를 이 씨에게 맡겼다. 김 씨가 이른바 '전주'로 참여해 자금을 대고 차익을 얻었다는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검찰은 권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김씨의 주가조작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검찰은 "1단계는 주식수급에 의한 시세조종이 이뤄진 시기다. (권 전 회장은) 원금을 보장해야 하니까 이 씨에게 주식수급을 의뢰하게 됐다"며 "권 전 회장은 이 씨에게 주가조작을 의뢰했고 지인이나 가족 계좌를 주가조작에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씨는 권 전 회장에게 소개받은 투자자 등의 계좌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했지만 주가가 크게 상승하진 못했다. 그래서 2단계에는 또다른 피고인인 김모씨가 투입됐다"며 "일련의 방법으로 5단계의 지속적 시세조종이 있었다. 관련자 진술이나 계좌의 객관적인 내역으로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과 피고인들이 직접 운용 계좌 82개와 매수유인 계좌 74개 등 총 156개 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권 회장 측은 "피고인에게 (시세조종) 동기가 없었고, 다른 피고인과 공모한 사실도 없다. 검찰은 부당이득을 106억원 정도로 특정했는데 어떻게 나온 금액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범행기간 만 3년에 걸쳐 시세조종이 있었다는데 통상적으로 6개월 미만의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시세조종으로 부당이익 얻은 자도 없어서 투자자들이 피해 입은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씨 측 변호인도 검찰의 공소사실이 더 특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3년간 주가조작 '선수' 및 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지난달 초 김건희 씨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김 씨 측은 대선 전까지 출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