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문재인 정부 법무부의 '마무리 투수' 박범계 장관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이른바 '추윤갈등'이 휩쓴 법무부를 수습하고 현장행보에 적극 나섰으며, 민생 법무행정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다만 검찰 이슈 대응을 놓고는 여야 지지세력별로 제각각 불만도 나타냈다.
박 장관이 주력한 최우선 과제는 '안정'이었다. 길게는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악화한 검찰과의 관계, 법무부 내부 수습 등 굵직한 과제가 쌓여있었다. 지난해 2월1일 열렸던 취임식에 앞서 첫 공식 일정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한 것은 어수선한 법무부를 안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소통에 방점을 둔 박 장관은 강성 이미지였던 추미애 전 장관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동부구치소를 시작으로 112회가 넘는 현장행정이 그 결과다. 전국의 일선 검사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검찰과의 깊은 갈등을 봉합하는 데 주력했다. 또 사실상 검찰 사무에만 몰두했던 예전 법무부에서 벗어나고자 교정기관과 보호관찰소,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꾸준히 방문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법무부 내부 평가도 좋은 편이다. 박 장관은 직원들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리더십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취임 전부터 계속된 '출근길 인터뷰'도 박 장관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법무부 청사 앞에서 매일같이 대기 중인 기자들의 질문에 빠짐없이 답변해왔는데 박 장관은 강약을 조절하면서 적절히 소통창구로 활용했다. 또 성심성의껏 답변하는 모습에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3일에 1회꼴' 현장행보…아프간 특별기여자·사공일가 TF 등 성과
취임식에서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듯 민생에 직결된 법무행정에 집중적인 성과를 낸 것이 '박범계 1년'의 특징이다. 1인가구 급증에 따라 기존 다인가구 중심의 법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취임 직후 '사회적 공존, 1인가구 TF'를 출범시켰다. 동물 비(非)물건화나 '구하라법', 독신 친양자 입양 허용 등의 내용을 입법예고하는 등 TF는 1년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정착은 '박범계 법무부'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를 도운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 391명이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체류자격 부여와 한국사회 교육, 취업교육 등 입국 후 지원 업무를 진두지휘했다. 특별기여자들은 취업 또는 진학에 성공해 한국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중이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법무부에 아동보호특별추진단을 설치해 아동인권 문제에도 꾸준한 관심을 드러냈다. 스타트업 법률지원 분야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소외됐던 법무행정 분야에 힘을 쏟아왔다는 평가다. 또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을 지난해 7월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누명을 쓴 피해자에게는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성확정 수술)을 받은 고 변희수 전 하사의 강제전역이 부당하다는 1심 판결에 국방부가 항소 의사를 밝히자 항소 포기를 지휘했던 부분도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 검찰인사 잡음, 신현수 파동…여야 지지층 제각각 비판도
검찰인사를 둘러싸고 취임 초부터 계속된 잡음은 박 장관에게 다소 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2월 인사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총장 패싱' 논란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검사장급에 중대재해 전문가를 외부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검찰 내부의 큰 반발로 4일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감찰이나 수사지휘권에 여권과 야권 양쪽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두고 취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 대표 사례다. 대검의 무혐의 결정을 수용하는 대신 합동감찰을 지시했는데 야권에서는 '한명숙 구하기'라는 비판을, 반면 여권에서는 검찰에 한발 물러섰다는 성토를 받기도 했다. 야당은 박 장관에게 '정치적 중립'을 못 지켰다고 지적한 반면 여권에서는 단호하지 못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법무부 탈검찰화'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는 견해도 있다. 장관정책보좌관실 검사를 4명으로 늘리거나 최근 검찰의 특수활동비 예산 세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항소 지휘를 하면서 이래저래 논란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특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조율형 리더십' 평가…"남은 기간 더 열심히"
1년간 양쪽의 비판을 받는 역설적 상황도 있었지만,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전 장관을 거치며 이어진 문재인 정부 법무부 수난사를 잘 다듬었다는 게 법무부 안팎의 대체적인 평이다. 정치권의 평가도 비슷하다. 임기말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이는 유연한 대응과 함께 때때로 검찰에 견제구를 날리며 실용적 면모를 보였다는 의견이다.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마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지시했던 감찰이나 추진해왔던 정책 마무리 등 매듭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난 1월28일 기자와 만난 박 장관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왔는데 변화도 좀 있었다. 아직 미완의 과제 많이 있어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현장행정을 열심히 하겠다"며 남은 기간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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