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더팩트> 취재진을 피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목덜미를 잡고 끌고 간 남성이 수행비서 황모 씨가 아닌 제3자로 파악돼 정체에 이목이 쏠린다. 윤 후보 캠프 안팎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남성’이 역술인이라는 증언도 나온다.
<더팩트>는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전날 오후 취재진과 마주친 김 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김 씨는 ‘쥴리 논란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에 황급히 얼굴을 가리며 자리를 피했다.
당시 한 남성이 김 씨의 목덜미를 잡아끌면서 관심이 더해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윤 후보의 오랜 측근인 황하영 동부전기산업 사장 아들이자 윤 후보 수행비서인 황 씨라고 추정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3일 오후 2~4시 황 씨는 평소처럼 윤 후보를 수행했다. 윤 후보가 방문한 강북구 미아동 재건축 정비구역 현장에 함께 있었다. 윤 후보 지지자들이 유튜브로 생중계한 당시 촬영본에도 황 씨 모습이 나온다.
<더팩트> 취재진과 김 씨가 마주친 시간은 오후 5시 40분. 강북구 미아동에서 코바나 컨텐츠가 있는 서초구 서초동까지 이동은 가능한 시간이다. 하지만 강북 현장의 황씨는 패딩에 목도리 차림이었고 '목덜미남'은 일반 정장을 입고있다.
실제 <더팩트>는 김 씨를 포착하기 이틀 전 황씨를 직접 대면해 10여분 간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가르마나 머리모양 등 인상착의만 비교해도 다른 사람이 확실해 보인다.
황 씨가 ‘목덜미 남성’으로 오인된 계기는 짧은 머리에 안경 착용 등 비슷한 면이 있고 이후 해명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지난달 16일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다소 냉소적인 어투로 이같이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김 씨 목덜미를 잡은 남성으로 지목됐는데.
그냥 내버려둬요. 상관없어요.
-해명 계획 없는지. 그 남성은 누구인지.
하아(한숨). 저예요, 저. 어차피 언론 때문에 오해받는 인생 됐는데요 뭐. 다른 매체에서도 저라고 이미 썼고. 그렇게 쓰려면 쓰세요.
-본인이 아니라는 의미인지.
저라고들 하잖아요. 그럼 그런 것이고, 아니면 아닌 거죠. 알아서 생각하세요.
특히 황 씨는 윤 후보의 거의 모든 일정에 동행하므로 김 씨를 수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 씨의 뒷목을 잡은 남성은 누구일까. 윤 후보 캠프 안팎에서는 그가 역술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심박사’로 불리는 인물이라는 증언도 있다.
캠프 한 관계자는 "캠프 일부 사람들은 그를 '심박사'로 알고 있다. 자신을 철학박사라고 소개하는데 플라톤 등 철학자가 언급되는 철학이 아니라 역술을 보는 철학을 의미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캠프보다 코바나컨텐츠에 주로 계신 분이라 구체적인 신상은 확인이 안 되는 베일 속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심무정 씨가 코바나컨텐츠에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또 다른 심박사가 관상을 봐주는 것으로 드러나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 있었다"며 "김 씨의 목덜미를 잡은 남성도 심박사이며 강남 사모님들 사이에서 조금 알려진 역술인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심무정 씨는 윤 후보와 김 씨를 이어줬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1995~2004년 작성된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수첩에 ‘무정스님’으로 자주 등장한다. 최근 공개된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김 씨가 "그분(무정 스님)이 처음에 (남편을)소개할 때도 너희들은 완전 반대라고 했다"며 "결혼해서 도사는 도사구나. 그랬어요"라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윤 후보 캠프와 코바나컨텐츠 등에 역술인 여럿이 관여한다는 말은 심심찮게 들린다. 이는 무속인 건진법사가 코바나컨텐츠 고문으로 활동한 이력이 확인되면서 힘이 실렸다.
지난 10일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둔갑술과 검법’ 칼럼도 한 예다.
조용헌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는 글에서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J도사"라며 "어떤 참모를 발탁할 때 면접을 보면서 남긴 코멘트. '당신은 의리가 있는 관상이니까 윤 후보를 도와도 되겠다"라고 썼다. 이 칼럼은 포털에선 삭제돼 홈페이지에서만 읽을 수 있다.
조 교수는 보도 당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심박사를 언급했다. 이때는 건진법사가 언론에 거론되기 이전이었다.
-J도사가 누구인지.
그것은 내가 말을 못하는데.
-혹시 건진법사인지.
도사가 여러 명 있어 캠프에.
-어느 도사가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
여러 가지 인연이 있지. 바로 최근에 한 것도 아니고, 10여 년 전부터 다 알고 그랬던 사람들이니까. 근데 나도 모르는 사람이 있어. 3분의 1만 알고 나머지는 모르겠네.
-김 씨 목덜미를 잡은 남성도 관상보는 역술인이라던데.
아, 그 사람은 그 정도까지는 안 돼. 도사라고 할 정도까지는. 관상은 신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배웠다고 해서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건 아니거든.
<더팩트>는 사실 확인을 위해 김 씨와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 등을 남겼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윤 후보 캠프 측은 △김 씨 목덜미를 잡은 남성이 황씨인지 △아니라면 누구인지 △이후에라도 해당 남성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 있는지 △황 씨가 코바나컨텐츠에서 김 씨를 수행한 적 있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해당 내용에 관해서는 추가로 설명할 계획이 없다"며 "종전 입장을 참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단은 지난 23일 '김 씨의 목덜미를 잡은 남성은 황 씨'라는 등의 언론보도 이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황 씨는 김건희 대표의 수행비서가 아니다"라며 "객관적 근거 없이 악의적 무속 프레임을 계속 만들고자 하는 횡포에 유감을 표한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