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얽힌 대목도 주목된다.
'저는 화천대유의 상임고문 당시 고문료를 받은 외에 다른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언론에서 보도된 분양업자 이모 씨는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지만, 이씨가 김만배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 사이의 거래에 대하여 관여한 사실이 없어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저는 특검 시작(2016년 12월) 이후, 사건의 성격 상 대변인을 통한 공식 설명 외에 외부와의 접촉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여 최대한 자제하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사회적 관계가 대부분 단절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김만배씨도 관계가 단절되어 특검 이후 현재까지 전화 통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이상 지난해 10월3일 박영수 전 특검의 입장문)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일보가 공개한 김만배 전 기자와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에는 박 전 특검의 이같은 입장과는 다른 양상의 발언이 등장한다.
김 전 기자는 정 회계사에게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야. 이모 씨 통장에. 그것은 해줘야 돼"라고 말한다. 화천대유의 대장동 분양대행업무를 독점한 이모 씨는 박영수 전 특검의 먼 인척이다. 김만배 전 기자에게 100억원을 받아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나씨에게 빌린 20억원을 갚기 위해서였다는데 이자를 감안해도 100억원씩 넘겼다는 점에서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김 전 기자가 녹취록에서 언급한 돈은 2015년 4월 화천대유자산관리 설립 당시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화천대유 계좌로 들어온 5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에서 토지보상 담당 업무를 한 박 전 특검의 딸에게 50억원을 주려던 정황도 드러난다. 김 전 기자는 "(이모 씨가) 나한테 A(박 전 특검 딸)에게 돈 50억 주는 거를 자기(이씨)를 달래. A를 차려 주겠대. 내가 A를 한 50억 정도 줄 생각을 하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에 박 전 특검 측은 지난 20일 문제의 5억원을 놓고 "김만배가 이모 씨에게서 화천대유 초기운영 자금으로 차용한 돈"이라며 "그 과정에서 김만배와 이씨의 자금거래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박 특검의 계좌를 통해 이모 씨→박 특검→화천대유의 공식계좌로 이체된 것이며 박 전 특검은 선의로 승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개발 사건에 밝은 한 변호사는 "이 5억원 만으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인물들과 공모했다고 보기는 그렇다"며 "(계좌를 빌려준 건) 세금관계 등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만배와 이모 씨 사이 거래에 관여한 바 없고 전혀 알지 못 한다"는 초기 해명과는 맞아 떨어지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분양대행업자 이씨와 관계도 '촌수를 계산하기 힘든 먼 친척'이라고 했지만 박 전 특검이 이씨의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 사외이사로 등재됐고 아들이 잠시 근무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연루 의혹도 완강히 부인해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전 특검의 이름을 '50억 클럽' 중 한 명으로 거론한 것 외에 특별한 정황은 없었다. 박 전 특검은 딸이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 1채(84㎡)를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아파트 분양과정에서 특혜는 없었고 딸은 독립해 경제상황을 자세히 모른다"고 반박했다. 이번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전 기자가 박 전 특검의 딸과 50억원을 직접 입에 담는 대목이 알려지기 전까지 상황이다.
박 전 특검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단계에서 대장동 초기사업 자금이 된 1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이끌어낸 브로커 조우형 씨의 변호를 맡아 입건을 피하도록 했다. 2015년 대장동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의 공판 단계에서도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4~11월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아 고문료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과 같은 로펌 소속에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당시 '박영수 캠프'에서 뛴 조현성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 소유주다.
대장동 의혹 곳곳에 박 전 특검이 남긴 흔적이 '우연의 일치'로 밝혀질지 검찰의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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