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묻히고, 과만 부풀려진 '공수처 1년'…지나친 비판론"


참여연대,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 개최

참여연대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개혁'의 상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1년 동안 공수처는 나름의 '공과'를 쌓아왔지만 '공'에 비해 '과'만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대부분 사건의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수사력 부재를 문제 삼으며 과도한 비판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에 참석해 공수처의 1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오 소장은 "현재 공수처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수사역량이 의심스럽다'는 것인데 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이상 수사 개시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정치적 반대파의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게 자연스럽게 '수사를 잘못한다'는 식으로 넘어가는데 논리적 비약이다"라고 강조했다.

◆ 가장 큰 '공'은 검찰견제…'과'만 지나치게 주목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선 오 소장은 공수처의 제한된 인적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상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지만, 이마저도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상태다. 또 답답하다는 비판 이전에 예전 검찰과 달리 철저히 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공수처의 수사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수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체인력이 부족하니까 파견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인적·물적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수사결과나 수사과정이 거의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것을 단순히 '수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검찰은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서 '여론몰이식'의 브리핑 수사를 계속해왔다. 언론을 통해 피의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만족했다"며 "반면 공수처는 철저히 언론플레이 없이 수사한다. 기존 검찰의 수사관행에 익숙해져서 실시간으로 (수사상황이) 보도가 안 되면 '공수처가 놀고 있다'거나 '능력이 없어 손 놓고 있다'는 추측 기사가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오 소장은 "이제 검찰은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의식한다"며 공수처의 가장 큰 '공'으로 '검찰견제'를 꼽았다. 반면 아쉬운 면으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 사건을 '1호사건'으로 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은 있는데 잘 주목되지 않았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FM대로 수사하려고 노력했다"며 "수사대상과 기소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데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수사협의체도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김진욱 공수처장, 'K-방역' 정은경 청장 본보기 삼아야

반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출범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태 공수처가 입건해 수사하는 사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사 관련 사건"이라며 "검찰공화국의 폐해는 크지만, 검찰 관련 사건이 이렇게 많아도 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척결하는 수단으로 역할이 설정되면서 방향성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수처장이 직접 언론이나 국민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수사관련 보도자료는 단 4건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진솔한 대화로 방역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여 K-방역의 원동력이 됐다. 처장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공수처 수사대상은 권력자와 공직자다. 피의사실공표나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알고, 감시와 견제를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공수처가 설치돼야 하는지 구성원들의 성찰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에 묻고, 답을 구하고 또 규범을 만들어서 다시 시민사회에 알려줘야 한다"며 "25명 검사와 40명 수사관으로는 역량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선 검찰, 경찰과 협력 구조를 어떻게 가지겠다는 협의점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검경개혁소위원회 위원장 김지미 변호사는 "검찰과의 갈등으로 몰아 무용론을 말하거나 작은 실수에도 폐지를 거론하는 방식의 외부 감시가 아니라 진정으로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는지 외부 감시와 견제 제도가 필요하다"며 "규모를 키우고 조직을 강화하고, 예산을 늘리는 일은 국회가 할 일이지만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동력을 얻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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