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하루는 어린 손주 녀석이 ‘나중에 할아버지 죽으면 어떡하죠’ 묻더라고요. 속으로 생각했죠. ‘녀석아 네가 더 걱정이로구나’. 지구가 뜨거워지고 자원이 고갈되는 것을 우리 시니어들은 막지 못했습니다. 생산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지 않습니까. 하지만 손주 세대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60+기후행동’ 창립식에서 나온 말이다. 노인층으로 구성된 이 단체에는 여러 시민단체 활동가와 가톨릭 등 종교인사 및 일반 시민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9월 출범을 결의했으며 이날 창립식에선 구체적 실천 계획을 알렸다.
60+기후행동은 "지나온 삶이 모두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의도치 않게 기후위기를 가속화한 데 대한 책임을 느낀다"며 "이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바꿔 손주세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에서 맨 앞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소비 줄이기 △온라인 접속 대신 오프라인 결속 늘리기 △다른 연령층 및 이념을 가진 집단과 소통 늘리기 △지나온 삶 기록하기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현장 직접 찾기 △정부 등 공공기관과 기업체에 의견을 꾸준히 전달 등을 약속했다.
특히 ‘60+ 119기후증인 행동대’ 활동을 벌인다. 119명의 활동가를 전국에서 모집해 탄소 배출 감소 및 탈석탄 노력에 나설 예정이다. 당장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이 사업에 투자한 기관 등에 손편지로 에너지 전환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 ‘60+ 웅성웅성 기후행동’을 통해 일상적 노력을 실천한다. '어슬렁어슬렁 걷기 운동'을 하면서 친환경 사회 만들기의 가치를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은 "올해 밤나무 80그루를 더 심어 그 자체로 식량이 되도록 하고 죽을 쑤거나 보리를 섞어 또 다른 음식을 만들어 극빈층을 돕기로 했다"며 "이밖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등 환경 과제들을 정치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도 ‘특별손님’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세대 간의 연합을 통해 실천력을 갖춘 친환경 사회로 변화하는 데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더 높고 넓은 시설에서 지내고 싶은 욕구가 사람의 본능이지만, 우리의 행동으로 기후위기 실태를 마주하도록 하면 또 다른 가치관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단체는 창립선언문 낭독을 마친 뒤 "우리가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현수막을 앞세워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저마다 ‘할머니가 지킨다. 초록지구’, ‘손주들이 살아갈 지구 우리가 지킵시다’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들기도 했다.
60+기후행동 출범으로 ‘한국판 그레이그린’ 확대도 기대된다.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노인층 주도의 환경운동을 의미한다.
60+기후행동은 "출범을 처음 결의한 때부터 현재까지 약 700명의 지지와 동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종이 다양할수록 생태계가 건강해지듯이 우리도 보수와 진보, 종교와 인종 등을 구분하지 않는 단체로서 언제나 열려있다"고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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