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먹는 치료제 발빠른 도입…역시 관건은 물량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빠르게 국내에 도입된다. /AP·뉴시스

100만명분 계약했지만 초도물량 2.1만 명분 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빠르게 국내에 도입된다.

다만 도입 물량은 많지 않아 지난해 백신 수급과 마찬가지로 제때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2만1000명분이 국내에 들어온다. 바로 배송을 시작, 14일부터 환자에게 투약한다는 계획이다.

팍스로비드는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 검토 결과,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의 12세 이상·체중 40㎏ 이상 환자에게 투여하는 조건으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임상시험에서는 위중증 및 사망 위험을 88% 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치료제는 일찌감치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코로나19 시국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됐다. 기존 치료제처럼 병원에서 투약할 필요 없이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어 의료체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팍스로비드는 국내에서도 곧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근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12일 브리핑에서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기전을 갖고 있어 오미크론 등 변이에 대해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투약 이후 효과,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처치실에서 의료진이 장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지난해 백신 도입이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늦었던 것과 달리 먹는 치료제 도입은 발빠르게 이뤄졌다. 유주헌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사무국 총괄팀장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으나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 정도가 투약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몇 나라 정도가 1월 중 공급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먹는 치료제를 빠르게 도입했고, 높은 효과를 보인다 하더라도 물량이 충분치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백신 공급이 충분치 않아 접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접종 간격을 수차례 조정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던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과 머크(MSD)의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 등 먹는 치료제 총 100만4000명분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번 도입 물량은 2만1000명분 뿐이고, 1월 말까지 1만 명분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아직 식약처의 허가 검토 단계로 도입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

2021년 12월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렇게 초도 물량이 적은 점을 감안, 우선순위를 정해 제한적으로 투여하기로 했다. 증상 발현 뒤 5일 이내의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 환자 중 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이면서 재택치료·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우선 투약한다. 병원·요양병원 등은 의료진의 집중 관리가 가능하고, 렉키로나주 등 기존 치료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는 해외 사례 분석 결과 전파속도가 델타 변이보다 2~3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오미크론 우세화에 따라 올 3월 일일 확진자가 2만 명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치료제 수요도 늘어난다.

류 조정관은 "치료제의 세계적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에 도입되는 초기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효과와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투약할 대상자를 정했다"며 "앞으로 방역상황과 공급 물량 등을 고려해 투약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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