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행정소송법상 허용할 수 없는 가처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을 받아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청와대를 상대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해당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낸 대통령기록물지정금지 및 정보열람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 자체가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으로서 행정청의 행정작용 이행을 명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허가할 수 없다"라며 "이 사건 역시 행정청의 행위 금지 또는 의무이행을 구하는 가처분으로 행정소송법이 허용하는 신청 형태가 아니어서 (가처분 신청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으로 행정청의 행정 행위 금지를 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 지정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이 씨의 가처분 역시 대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가처분 형태라는 지적이다.
또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 지정 처분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아 (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는 현 단계에서는 예방적 집행정지 신청도 허용될 수 없다"라며 "이 사건 신청은 어느 모로 보나 법이 허용하지 않는 형태로 적법하지 않기 때문에 심문을 거치지 않고 모두 각하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 등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이 씨가 국가안보실에 청구한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말 것을, 국가안보실 등을 상대로는 행정법원의 판결문대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정보는 국가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하는 등의 이유가 있다면 최장 15년 동안 비공개 상태로 유지된다. 사생활 관련 정보의 경우 30년간 공개되지 않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이 씨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국방부 장관·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유족이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연평도)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 관련 정보를 열람하도록 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해경이 공개하지 않은 수사 정보를 놓고도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수사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하도록 했다.
국가안보실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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