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진술을 재판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려 파장이 이어진다. 법조계에서는 미성년 피해자 보호에 후퇴가 불가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정희 서울고검 검사는 10일 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 주최로 열린 '미성년 성폭력피해자 영상녹화진술 관련 실무상 대책' 화상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정희 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헌재가 수사 초기 증거보전 절차를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입증계획 수립 전인 수사 초기 증거보전 절차를 시행하면 오히려 수사진행 상황이 피의자에게 노출돼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피고인이 증거보전절차에서 미처 행사하지 못한 방어권을 주장하면 피해자 증인신문이 허가될 수 있어 피해자 반복진술 위험이 해소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검사는 "헌재 결정으로 미성년 피해자 보호에 후퇴가 발생했음을 수사기관과 법원이 인식하고 실무상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폭력 피해 미성년의 영상녹화진술을 제출하면 법정 주신문을 최소화하는 등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현 판사(사법정책연구원)는 "이번 헌재 결정은 2013년 12월 결정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라며 직접신문 최소화, 동일 조사자 유지, 불필요한 증인 소호나으로 피고인이 방어권을 남용하면 양형에 불리하게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과 미성년 피해자 보호를 조화시키기 위한 입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오선희 변호사는 아동이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며 낯선 사람들 앞에서 피해경험을 되풀이해 말할 필요가 없도록 하나의 기관에서 사법참여 절차를 마칠 수 있는 '노르딕 모델'의 국내 도입을 주장했다.
여러 참가자들은 헌재 결정의 대안으로 제시된 제도가 시행되려면 예산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4일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영상녹화물을 제출하면 증거로 인정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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