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응방향 토론회…"재택치료, 동네 병원이 맡아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의료계 전문가들이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 경증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중증화율이 낮아도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환자수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중환자 관리에 의료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미크론 발생 전망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오미크론을 상대해야 하는 시합에서는 하루 확진자를 몇 명 이내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절대 다수를 차지할 경증 환자는 최대한 가볍게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증화율이 낮은 대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춰 대응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오미크론 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입원률은 약 1/3 수준이지만 전파속도는 2~3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임 원장은 "상대(오미크론)가 정말 잘하기 때문에 경기 주도권은 상대가 가져갈 확률이 높다"며 "우리는 효과적으로 90분, 연장까지 갈 경기를 예상해 전술을 짜야 한다. 운영을 영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입원 요인이 없는 모든 확진자에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적용했다. 그러나 현재의 재택 치료체계도 더 많은 확진자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는 지적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오미크론이 우세화되면 의원급 의료기관 역할에 보완이 필요하다"며 "병원급은 중환자실과 입원병상, 응급실 등을 맡고 의원급이 재택치료를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의원급의 역량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백신 접종도 초기에는 접종센터와 보건소 중심으로 진행되다 전국 1만3000곳 이상의 위탁의료기관이 참여하면서 접종률 80% 이상을 달성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박 회장은 "서울의료원도 의사 5명, 간호사 13명으로 재택치료를 맡는데 그 인력이 왜 재택치료를 맡아야 하나"며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승관 원장은 "감염자가 건강상담을 하고, 원격진료를 받고, 외래진료를 보고 필요하면 입원하는 시스템이 지금처럼 중앙 차원에서가 아니라 한 지역사회 내에서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가 평소에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중환자 증가에 대비해 중환자 대응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중환자실수가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에 비해 적지는 않지만 (환자를) 제대로 보기 위한 전문인력, 의사 간호사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1/2, 1/3 정도로 운영해왔다"며 이런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중환자가 늘어나면 코로나19 외의 중환자들이 사용해야 되는 공간과 인력, 물자가 그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코로나19 환자만 바라보면 안된다. 전체 국민의 건강상태를 같이 고려해 가장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게 의료대응체계를 잘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환자 대응체계 개선을 위해 이를 조율하는 거버넌스 구성을 제안했다. 현 상황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앞으로 발생할 환자수를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중환자 정책 콘트롤타워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 병원마다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병상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마지노선으로 삼아 정책적 방역수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환자실 담당 인력이 한정적인 만큼 이들이 감당가능한 수준에서 중환자수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재택치료, 외래진료, 중환자 의료대응체계 등 방향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고 실행할 지가 중요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잘 논의해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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