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빌어라, 대검에 넘긴다"…법원 "협박 아냐"

시장교란 행위 신고 전 꿇어앉아 빌지 않으면 대검 수사과에 넘기겠다라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법원이 2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남용희 기자

약식기소→1심 벌금형 거쳐 혐의 벗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불법행위 신고 전 "빌지 않으면 대검 수사과에 넘기겠다"라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2년여 재판 끝에 2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 부장판사)는 협박죄로 기소된 60대 남성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19년 9월 한 주식회사 회장 B 씨의 시장교란 행위를 신고하기 전 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B 씨가) 한 일을 다 알고 있으니 꿇어앉아서 빌지 않으면 대검 수사과에 넘기겠다고 말씀해달라"라고 말해 B 씨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가 자신이 회장으로 재직하는 회사 주식 1200만 주를 사채업자에게 임의로 매각한 사실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실제 A 씨는 같은 해 11월 B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A 씨를 약식 기소했고, 법원도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부했다. 그러나 A 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B 씨가 대주주 지분 중 일부를 매각했음에도 공시하지 않은 걸 발견하고 공시를 제대로 하라는 의미로 (직원에게) 전화를 건 것"이라며 "피고인의 발언은 협박에 해당하지 않고 협박의 고의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1심은 B 씨의 손을 들어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B 씨가 주식을 사채업자에게 매도한 적 없는데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했다는 것이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 일부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 씨의 회사는 2019년 9월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그러나 다른 보고서에는 곧 소유 주식 1258만 주가량을 장외 매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장교란 의혹을 제기할 만했다는 설명이다.

협박할 고의가 없었다는 A 씨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B 씨가 어느 정도 불안감을 느꼈더라도 피고인의 발언은 B 씨를 장차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미리 알린 것에 불과하다"며 "'무릎 꿇어라'는 말도 일시적 분노의 표시 또는 위법행위를 고발하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겠다는 뜻을 다소 과장해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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