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 중요…적법성 넘어 적정한 일 처리해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소처럼 우직하게 소임을 다하고, 호랑이의 눈매처럼 매섭게 나아가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최근 통신자료 조회로 야당의 집중 공세를 의식한 듯 정치적 중립성과 적법절차를 강조했다.
김 처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의 눈빛을 가지고 소의 걸음으로 간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자주 언급했는데 신축년 소의 걸음으로 출범한 공수처는 임인년, 호랑이의 눈매로 그 길을 가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김 처장은 "현재 공수처가 처해있는 대내외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며 "운명적·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데 올해는 대선이 있다.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유지가 어느때 보다 중요한 한 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은 공수처 직원들에게 소처럼 우직하게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처장 취임과 함께 지난 1월21일 출범했다고 알려졌지만, 10월 말에서야 나머지 검사와 수사관이 임명돼 진용을 제대로 갖추고 출범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사역량 부족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신규로 인력을 선발하고, 규정을 새로 만들고, 나름의 수사 시스템을 정립하는 가운데 중요 사건 수사까지 하게 됐다"며 "공수처가 처한 여건과 자신의 업무 등을 정확히 분석하면서 신중히 일 처리를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통신자료 조회와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김 처장은 "업무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중요도가 있다 보니 업무처리가 적법했는지 차원을 넘어 적정했는지 차원에서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수사 활동이 반향을 일으키며 되돌아오는데 호랑이의 눈매로 자신과 업무 처리를 항상 돌아보면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께서는 업무 처리에 있어서 단지 법에 어긋난 점이 없는지 차원을 넘어서 적절하고, 적정했는지 차원에서 우리를 바라본다"며 "수사나 공소제기 같은 중요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인권침해나 인권침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문자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가족 여러분!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작년은 신축년(辛丑年)이니 소의 해에 태어난 공수처는 이제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공수처는 호시우행, 즉 '소의 걸음으로 그러나 호랑이의 눈으로'라는 사자성어를 자주 언급했는데 그 말처럼 신축년 소의 걸음으로 출범한 공수처는 올해 임인년, 호랑이의 눈매로 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호랑이의 눈매로 소의 걸음걸이로 가는 자세는 작년에 공수처가 기치로 내건 천천히 서두르는 'Festina Lente'의 자세와도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공수처 가족 여러분!아시다시피 현재 공수처가 처해 있는 대내외적인 여건은 녹록지 않습니다. 공수처가 운명적으로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건들을 다루게 되어 있는 데다가 특히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의 유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입니다. 저를 포함한 공수처 구성원들이 모두 느끼셨겠지만 공수처는 전체 검사의 정원이 25명밖에 안 되는 작은 조직이지만 그 일거수일투족이 외부의 주목을 받고 수사를 포함하여 주요 활동들이 반향을 일으키며 되돌아오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천천히 서두르는 호시우행의 자세가 정말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로, 소처럼 우직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공수처는 공수처장의 취임과 함께 작년 1. 21. 출범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작년 전반기에 절반이 넘는 검사와 수사관이 임명된 후 작년 10월 말에서야 나머지 검사와 수사관이 임명되어 이제 진용을 제대로 갖추고 출범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시점입니다. 작년에 공수처는 신규로 인력을 선발하고 규정을 새로 만들고 공수처 나름의 수사 시스템을 정립하는 가운데 중요 사건들의 수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공수처 구성원들께서는 각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각자 있는 자리에서 그 소임과 책임을 다하면서 소처럼 꾸준히 정진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둘째로, 호랑이의 눈매로 몸담은 환경과 자신을 돌아보면서 일해야 합니다. 공수처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호랑이의 눈매로 본인과 공수처가 처한 여건과 자신의 업무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면서 신중하게 일 처리해 주시기 당부드립니다. 공수처가 하는 업무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중요도가 있다 보니 단지 업무 처리가 적법했는지의 차원을 넘어서서 적정했는지의 차원에서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즉 우리가 하는 수사 활동 등이 반향을 일으키며 되돌아오는 것인데 이런 검증과 비판의 차원도 염두에 두고 호랑이의 눈매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업무 처리를 항상 돌아보면서 일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는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하는 공복(公僕)인 만큼 언제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일해야 합니다. 업무 처리에 있어서 적법성 차원을 넘어서 적정성까지 고려하여 일 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제 선진국민이 된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는 업무 처리에 있어서 단지 법에 어긋난 점이 없는지의 차원을 넘어서서 적절하고 적정했는지의 차원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국민의 공복인 우리의 시선은 주권자이신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므로, 수사나 공소 제기같은 중요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인권 침해나 인권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문자답하면서 일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공수처 가족 여러분!2021년 신축년에 태어난 공수처는 비록 소의 해에 탄생했지만 주어진 권한이나 국민의 기대 등을 생각하면 호랑이의 DNA를 갖고 태어났음이 틀림 없습니다. 저는 이 새끼 호랑이가 자라나면서 그 눈매가 점점 깊어지며 틀림없이 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고 다만 자신이 소의 해에 태어났음을 항상 기억하면서 비록 전인미답의 가보지 않은 길이라도 소처럼 우직하게, 천천히 서두르는 자세로 나간다면 우리 국민들께서 원하시는 목적지에 반드시 도달하리라 확신합니다. 그날을 함께 바라보면서 새해 복 많이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