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vs "이건 아니다"…박근혜 특사 엇갈린 반응

2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31일자 특별사면 결정…시민들 의견 제각각

[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특별사면 대상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함되면서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다행이라며 사면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 대화합의 관점에서, 장기간 징역형 집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및 복권한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0시에 풀려나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오모(58·여) 씨는 "그간 고생 많이 했는데 풀려나서 다행이다.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던데 좀 나아지셨으면 좋겠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강모(71·여) 씨도 "죄도 없으신 분이 5년이나 들어가 있었다. 죄지은 사람도 금방 풀려나는 세상에 너무 억울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최모(50·남) 씨는 "죄를 지었으면 대통령도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인들은 대가를 받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모(67·남)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며 "왜 이런 결정을 하신 건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발표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6·15남측위 청학본부 대학생분과를 비롯한 대학생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사면 결정 청와대 규탄 대학생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30 세대의 반응도 엇갈렸다. 이모(27·남) 씨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에, 이번 박 전 대통령 사면은 늦게라도 국민 통합적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함께 사면하지 않은 것은 그 의미가 반감되고 아쉽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진 특별 사면인데 실질적인 화합으로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도 정부가 강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반면 정모(32·여) 씨는 "대통령의 사면 권한이 국정농단의 주범에게까지 적용됐다. 대통령은 국정을 악용하는 것이 큰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특별사면이 발표된 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사면 결정을 환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이곳에서 치과와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사면 환영'이라는 글씨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박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우리공화당도 이날 오후 5시 병원을 찾아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축하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사면 환영이라는 글씨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박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이선영 인턴기자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결정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뇌물 등 5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다. 박근혜는 22년 형이 확정되어 복역중인 중범죄자"라며 "탄핵과 사법처리는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은 촛불시민들의 의사에 반한다"라고 규탄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논평을 내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5대 중대 부패범죄를 저지른 인사의 사면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어기면서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도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 행위에 대해 일말의 사과와 반성조차 하지 않은 자를 '국민 대화합'을 이유로 사면하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이며 시대정신의 파괴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사면 이후 당분간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많은 심려를 끼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신경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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