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자서전서 강압수사 주장…윤 후보 측 "적법절차 지켜"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윤 후보가 학력위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신정아 사건'을 수사한 사실과 강압수사 의혹이 다시 거론되면서 윤 후보의 대응방식이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0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이던 윤석열 후보는 서울서부지검의 '신정아 사건' 수사에 투입됐다. 수사팀에는 윤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소윤' 윤대진 검사와 김오수 현 검찰총장,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 소위 '네임드' 검사들이 포진했다.
신정아 씨는 '미국 캔자스대 미술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았다'는 내용의 졸업증명서와 '예일대 박사과정 입학을 허락받았다'는 입학허가서 등을 위조하고 허위 이력서를 대학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신 씨는 캔자스대 학부를 중퇴해 최종학력은 고졸이었다. 허위학력으로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지원해 선임되는 등 비엔날레 이사회의 예술감독 선임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었다.
검찰은 신 씨에게 사문서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2007년 10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한 차례 기각됐다. 보강수사 끝에 신 씨에게 업무상 횡령, 알선수재 혐의 등을 추가로 적용했고,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신 씨는 1년 6개월의 징역을 확정받았다. 신 씨가 2011년 펴낸 자서전 '4001'에는 검찰 수사를 받던 상황이 자세히 묘사돼있다.
"본격적인 조사는 학력위조에 관한 것부터였다. 검사는 내게서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러댔다. 어떤 대목에서는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손가락질도 해댔다. 검사는 내가 학위를 위조했다는 것만 시인하라고 했다. 그러면 일이 금방 끝난다고 했다. 나는 잘못은 하긴 했지만 위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중략) 검사는 대한민국 검찰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냐면서 계속 이런 식이면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하겠다고 했다."
신 씨는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하겠다'는 검사의 호통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물론 이같은 내용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 씨의 주장이다. 신 씨가 언급한 '검사'가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신 씨에 대한 검찰 수사팀의 강압수사 의혹은 2019년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문제 된 사안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윤 후보가 소속됐던 수사팀의 강압·회유 수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현재 윤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은 그 당시 "'신정아 게이트' 사건 관련해 윤 후보자가 강요·협박을 했는지에 대한 증인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 후보 측은 <더팩트>에 "신정아 씨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수사도 없었다"며 "여느 수사와 마찬가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절차를 지켜 수사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 김건희 허위경력 기재 의혹 공소시효 지나…"도덕적 책임 있다"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이력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신 씨 사건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미술계에서 승승장구한 신 씨에게서 김 씨가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건희 씨는 2001~2014년 한림성심대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시간강사·겸임교원 지원 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써낸 의혹을 받는데 윤 후보는 아내의 허위이력 논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사흘 만에 사과했다.
김건희 씨는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 지원 당시 서울 대도초·광남중·영락고 근무 및 한림대 출강이라고 경력을 기재했다. 서울시교육청 확인 결과 대도초 근무 경력은 없었으며 광남중의 경우 교생실습을 '근무'라고 허위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영락고라고 기재했으나 실제 김 씨가 근무했던 곳은 영락여상이었다. 한림대도 4년제 대학이 아닌 2년제 한림성심대였다.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원 지원 때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대상과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을 2004년에 받았다고 기재했으나 수상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단법인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에 기획이사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근무했다고 했지만 협회는 2004년에 설립됐고, 당시 협회 재직자들은 김건희 씨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또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졸업 석사를 경영대학원 졸업 석사로 기재했거나 서울대 글로벌리더(GLA) 과정에서 5일간 받은 뉴욕대 연수를 별도의 연수처럼 기입한 의혹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로 크게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와 업무방해 등을 꼽는다. 이력서에 허위내용을 쓰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협회 등의 증명서를 위조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지만 공소시효가 7년이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신 씨보다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일부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건희 씨가 스스로 만든 문서는 죄가 되지 않지만 김 씨가 만들 수 없는 증명서 같은 문서는 문제 될 수 있다. 어떤 대학을 졸업했다고 이력서에 적는 것은 문제 없다. 그러나 그 대학 졸업장을 위조하면 처벌을 받는 것"이라면서도 "공소시효는 지났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나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에 허위이력을 냈던 것이 아니면 처벌이 어려운 것이 맞다"면서도 "교수 임용의 경우 크게 학력과 강의경력, 업계경력을 보는데 신정아 씨는 학력 부분을 속였다고 한다면 김 씨의 경우 세 가지 다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협회 재직기간 3년을 맞추려고 한 것이라면) 미술업계 진입에 필요한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계획해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게임산업협회에 비상근이사로 재직했다'거나 '단체로부터 발급받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는 등 윤 후보 측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김 씨가 해명한 것이 아니라서 김 씨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검찰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고 말한 것이 허위라고 보고 최 대표를 기소했다. 조 전 장관 아들이 인턴근무를 하지 않았는데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본 것이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