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찔러" 법정서 증인 협박한 80대…2심 유죄 '반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에게 칼로 찔러버리겠다라고 협박한 피고인이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남용희 기자

1심 무죄 후 공소장 변경이 결정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을 법정에서 협박한 피고인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8-2부(장성학·장윤선·김예영 부장판사)는 협박·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여성 A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19년 7월 모욕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증인이 불리한 증언을 하자 "개 XX가 위증을 하고 있다. 이 XX 칼로 찔러 죽여 버릴 거다"라고 말해 협박·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사건이 발생한 공판 녹음 파일상 피해자에게 욕설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녹음 파일에는 A 씨가 재판장과 피해자를 향해 '이 사람이 완전, 아주 위증하는 거다', '너는 가만 안 둬 내가'라고 말한 내용, 피해자가 '칼로 찌른다고?'라고 반문한 부분 등만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일반적 소란 정도일 뿐 욕설을 한 별다른 기억이 없다"는 당시 참여관의 증언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1심은 "검사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사람들은 피고인과 이해가 대립하는 사람들인데다 객관적 증거인 녹취파일이나 법원공무원 진술 내용과 현저히 달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2심에 이르러 "개 XX가 위증을 하고 있다. 이 XX 칼로 찔러 죽여 버릴 거다'라고 말해 피해자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하면서 피해자(증인)를 공연히 모욕했다"는 공소사실을 "'칼로 찔러버려, 내가 아주. 너'라고 말해 피해자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고 공소장을 변경했다. 녹취물에서 확인되는 발언을 중심으로 협박죄 관련 공소사실을 다시 구성하고, 모욕죄 부분은 철회한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실체적 경합 관계(피고인 한 명이 여러 행위로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인 모욕·협박 중 한 혐의에 관한 공소사실만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해 두 혐의 모두를 심리했다.

재판부는 모욕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라고 봤다. A 씨가 '개 XX' 등 피해자를 모욕하는 말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다만 공소장이 변경된 협박 혐의는 "검사가 제출한 녹취서 기재와 피해자 진술에 비춰 피해자에 대한 협박 부분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변경 뒤 협박죄 부분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으나 법정에서 증인을 상대로 협박한 행위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A 씨의 나이와 환경,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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