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험생 손들었다…"생명과학II 20번, 명백한 오류"

2022 수능 생명과학 II 20번 문제를 놓고 법원이 명백한 출제 오류라고 판단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 가족과 친구들이 수능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이동률 기자

"정답 유지 시 창의적 생각 아닌 출제자 의도만 초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 II 20번 문제를 놓고 법원이 '명백한 출제 오류'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이번 연도 수능 생명과학 II 과목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 결정처분 취소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제에는 명백한 오류가 있어 수험생들로 하여금 정답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심각한 장애를 줄 정도에 이른다"며 "이 문제는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험생들의 수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어 평가지표로서의 유효성을 상실했다.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피고(평가원)의 처분은 위법하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수능시험의 과학탐구 영역은 문제에 포함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추리·분석·탐구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출제자는 수험생들이 논리성·합리성을 갖춘 풀이 방법을 수립해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해야 한다"며 "원고를 비롯한 일부 수험생은 비록 피고가 의도한 풀이 방법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진 풀이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문제 자체의 오류로 정답을 선택할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문제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한다면 수험생들은 앞으로 수능 시험에서 과학 원리에 어긋나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보다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 방법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이번 연도 수능 생명과학 II 과목의 응시자 92명은 2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평가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문항은 주어진 지문의 동물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제다. 출제 오류를 주장하는 응시자들은 지문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어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평가원은 문항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응시자들은 2일 법원에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9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답 결정을 유예하라며 응시자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10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 참석한 전국대학교입학처장협의회 관계자 측은 "법원 판결이 지연된다면 이달 16일 수시 최초합격자 발표를 할 수 없게 된다"며 판결을 14일 이전에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당초 "저희도 성급하지 않게 검토해 판결문을 쓰고 선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고기일을 17일 오후 1시 30분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전날(14일) 학사일정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고기일을 이날 오후 2시로 앞당겼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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