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술접대' 등 지난해 10월 5건 수사지휘…기소 2건·1심 유죄 1건 등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포함해 총장 본인, 가족, 측근이 관련된 사건에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호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19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총 5건의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채널A 사건에 이어 추 전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이었다. 현직 검사가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검사 술접대 사건부터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연루된 전시회 협찬금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그리고 장모 최모씨의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 '소윤'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의혹들이지만 수사가 순조롭진 않았다. 법무부는 "여러 건의 고소·고발이 제기돼 수사 중임에도 장기간 사건의 실체와 진상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수사 공정성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지휘권 발동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윤 후보는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수사지휘권 발동이 비상식적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 안팎에서도 수사지휘권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지만 1년 2개월간 진행된 5건의 경과를 따져보면 일부 사건 관련자들은 재판에 넘겨졌으며 나머지도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 '라임 검사 술접대' 사건…술접대는 사실, 1심 재판 중
수사지휘권 발동의 큰 근거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였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16일 입장문을 통해 2019년 7월 현직 검사 3명과 검사 출신 변호사 1명에게 1천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는 의혹부터 검찰이 여권 인사만 수사하는 등 '짜맞추기 수사'를 한다는 것까지 각종 의혹을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감찰을 벌였던 법무부는 편지 내용이 대체로 사실이라고 보고 윤 후보를 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는 "검사장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보고가 누락되는 등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현직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접대 등 구체적 제보를 받고도 관련 보고나 수사가 일체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후보는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형을 받고 수감 중인 이런 사람의 이야기 하나로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또 검찰을 이렇게 공박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지만, 수사결과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결과 실제 술접대는 있었으며 관련자들은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력 야권 정치인으로 지목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2심을 앞두고 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14명 줄줄이 재판에, 김건희 계속 수사
수사지휘권에는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이 2건 포함됐다.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013년 작성된 경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내사보고서에는 김 씨의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소개로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이정필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이 씨에게 주식과 10억원이 들어 있는 신한증권계좌를 맡기는 등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찰은 그 당시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전형적인 '작전' 패턴으로 파악했지만 석연찮게 정식 수사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내사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재개됐지만, 좀처럼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못냈다.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검찰은 핵심인물을 연이어 구속하면서 실체를 규명 중이다. 영장심사를 앞두고 도주했던 이 씨는 검거됐고 의혹의 정점인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도이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지난 3일 권 회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정필 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된 내사보고서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에 부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씨에 대한 무혐의 처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를 기소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윤 후보 측의 주장대로 김 씨를 90여 명의 투자자 중 한 명으로 판단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다만 김 씨에 대한 정식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관계자들 14명이 이미 기소됐다. 향후 재판에서 김 씨 관련 증언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 씨는 대표로 있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에 재직하거나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될 시점에 전시회에 대기업 협찬이 늘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연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윤 후보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있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 2019년 '야수파 걸작전'에 대해선 계속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 장모 불법 요양급여 사건…1심서 징역 3년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요양급여 부정 수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의료인 신분이 아니지만 2013년 경기 파주에서 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하면서 2년간 요양급여 22억9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 경찰 수사 당시 최 씨의 동업자 3명은 입건됐다. 2017년 1명은 징역 4년을, 2명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최 씨만 경찰에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성균 부장판사)는 지난 7월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 씨는 보석으로 풀려난 뒤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씨가 수사를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동업자에게서 받은 '책임면제각서'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민·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같은해 10월 추미애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하고 결과만 윤 후보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은 최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이 컸지만 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켜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준 점 등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장모 사건 경찰 수사 당시 윤 후보가 현직인 상태였고, '책임면제각서'로 무혐의 처분된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사건 무마 의혹 수사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 윤우진 뇌물수수 사건…구속영장 발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은 윤 후보의 리스크 중 뇌관으로 꼽힌다.
윤 전 서장은 지난 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윤 전 서장은 2017~2018년 인천 지역 부동산 개발업자 2명에게 세무당국에 청탁해주는 대가로 1억3000만원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는다. 윤 전 서장이 구속되면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임대혁 부장검사)가 맡은 과거 뇌물 혐의 수사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윤 전 서장은 육류업자 김모씨에게 수천만원대 뇌물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2012년 해외로 도피했다. 이후 2013년 4월 태국에서 검거돼 강제소환됐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까지 사건을 끌다 최종적으로 불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13번의 압수수색 영장을 6차례나 반려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소윤'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이다.
수사는 야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윤 후보 인사청문회 당시 윤 전 서장 무혐의 배경에 윤 후보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윤 후보의 선대위에서 상임전략특보를 맡고 있는 주광덕 전 의원은 2019년 7월 윤 전 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윤 후보의 총장 취임 후 수사가 더디자 추미애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후보는 윤 전 서장에게 검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있다. 윤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의혹을 집중 추궁하자 윤 전 서장을 알고 있었고, 골프도 친 일이 있었지만 변호사 소개는 부인했다. 윤 후보 측은 입장문을 통해 "윤 전 서장 사건에 어떠한 관여도 한 사실이 없다"며 "2012년 이 모 변호사에게 '윤우진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윤우진의 동생(윤대진 검사장)일 뿐, 윤 후보가 직접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은 없다"며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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