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변경도 '척척' 규정속도 준수로 안전 운행까지
[더팩트｜이진하 기자]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능숙하게 출발하고 차선도 바꾸는 걸 보니 이 정도면 상용화해도 무방하겠네요."
지난달 서울 자율주행차 1호 승객으로 시승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밝힌 소감이 떠올랐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타봐도 그럴까. 지난 8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를 찾았다. 올해말까지 자율주행차를 무료로 탈 수 있는 곳이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기아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니로EV'가 눈에 들어왔다.
겉모습은 일반 자동차와 비슷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카메라가 많았다. 차 지붕에 있는 직사각형의 틀에 전방을 보는 카메라 2대, 사이드를 보는 카메라 2대씩 6대, 카메라와 후방 1대까지 총 7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차 전방 중앙에 하나와 각 사이드에 하나씩 총 5개의 센서가 내장됐다.
트렁크 속은 어떨까.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던 것처럼 복잡한 컴퓨터 회로가 내장돼있을까. 상상과 달리 트렁크 안은 잘 정돈돼 일반 차량과 차이가 없었다.
정성균 '포티투닷' 연구원의 설명이다.
"많은 분들이 차의 외관만 보고는 자율주행차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게 설계됐죠. 특히 트렁크 등의 공간을 비워 승객의 짐을 싣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뒷좌석에 탔다. 운전자 석에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 한 대가 보였다. 뒷좌석에는 두 대의 디스플레이가 더 보였다. 총 3대의 디스플레이로 차량의 주행 거리 표시, 주변 차량, 신호등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자율주행 모드 버튼을 누르자 운전자는 핸들과 엑셀에서 해방됐다.
마치 전구를 켰다 끄는 것처럼 버튼 하나면 해결됐다. 다만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푸는 등 안전하지 않은 상태가 되면 운전자석 디스플레이에 빨간 경고 등이 들어오고 자율주행 모드가 자동으로 해제된다.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 도심 주행거리 속도인 시속 50km로 주행하도록 돼 있다. 앞 차량과 거리도 6m를 지킨다.
우회전 할 때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오자 스스로 멈췄다. 빨간 신호로 바뀐 뒤에야 앞으로 나아갔다. 교통법규에 투철한 '착한' 자율주행차였다.
10분 남짓 도로를 달리는 동안 오세훈 시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의 말대로 능숙한 운전자가 모는 차에 몸을 실은 느낌이었다. 뒷좌석에 앉아서도 주행하는 모습을 디스플레이로 지켜보니 더욱 안심이 됐다.
자율주행차는 내년부터 약 2000원의 요금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운전자와 함께 달리게 된다. 현행법상 어린이 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 등에서는 자율주행차도 반드시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또 많은 변수가 개입하는 승·하차 시에는 안전을 위해 수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정우 포티투닷 이사는 "현재는 택시의 개념보다 정해진 구간을 도는 셔틀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상암 시범 서비스를 통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서 추후 서울시와 준비·협의를 거쳐 강남과 같은 다른 지역으로 자율주행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