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의혹 일부 무혐의에 '도이치모터스 불기소 가닥' 주장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코바나콘텐츠 협찬에 얽힌 일부 혐의를 벗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도 불기소로 가닥이 잡혔다는 주장이 돈다. 결백의 입증이냐, 검찰의 봐주기냐 논란이 뜨겁다. 아직 판단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6일 김건희 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일부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청탁금지법 공소시효는 5년이다. 검찰이 수사해온 코바나콘텐츠가 협찬 의혹 전시회 중 가장 오래된 2016년 '르 코르뷔지에 전'이 이번 무혐의 처분된 대상이다.
'르 코르뷔지에 전'은 코바나콘텐츠가 출범한 2009년 이후 협찬사가 가장 많았던 전시회였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이었다. 김건희 씨의 인스타그램에는 윤 후보가 2017년 초 국정농단 수사로 바쁜 와중에도 전시회에 들러 기념촬영한 사진도 있다. 계정은 현재 비공개다.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수사 진행 중이다. 윤석열 후보가 각각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후보일 때 열린 전시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이라는 권오수 회장의 기소가 예상된 지난 3일, 오전 언론보도를 통해 김건희 씨는 불기소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오후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부랴부랴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한 뒤 불기소 이야기는 잦아들었다. 이어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 등의 본건 가담 여부에 대하여는 계속 수사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김○○'도 아닌 '주요인물'로 에둘러 표현한 인물은 김건희 씨다.
검찰은 핵심인물로 지목한 권 회장, 이정필 씨를 비롯한 주가조작 선수 등 5명을 구속기소,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압수수색 6회, 관련자 조사 136회를 하는 동안 김건희 씨는 참고인 조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 씨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역시 조사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돈을 댄 사람들을 전혀 조사하지 않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건희 씨를 권오수 회장 등의 인위적 주가 상승 작업에 이용당한 '91명, 157개 계좌' 중 단순 투자자 한 명으로 이미 결론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선수' 이정필 씨에게 2010년초 4개월 신한증권계좌를 맡겼다가 4000만원 손해만 봤다는 김건희 씨 측의 해명과 맞아 떨어진다.
다만 검찰이 아직 판단을 끝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핵심은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이다. 같은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같이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발표 전후로 일주일 사이에 대기업을 포함한 12곳이 협찬 계약을 했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추천되기 전까지는 협찬사가 4곳뿐이었다."
협찬사 중에는 당시 검찰 수사를 받던 기업도 있었다. 코바나컨텐츠 관계자가 협찬 기업들에 국회에서 청문회 자료를 요청해도 제출하지말라고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르 코르뷔지에 전'은 공소시효를 넘길 상황이 됐으니 '면피용'으로 불기소했을 가능성도 있다. '야수파 걸작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단정하기 섣부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도이치모터스 의혹도 이대로 수사를 마무리하면 '봐주기' 시비를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도 의혹의 불씨가 된 2013년 경찰 내사보고서와 '선수' 이정필 씨가 당시 작성한 자술서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건희 씨의 거래 내역도 깔끔한 규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윤석열 후보 측은 김씨의 신한증권계좌 중 2010년 1~2월 보름치 매집내역만 공개했다. 일부는 수정·삭제한 대목도 있다. 이정필 씨와는 5월 정리했다고 하는데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은 10월이다. 2011년에도 주가조작은 이어졌다. 도이치모터스 대주주였던 김씨가 그 기간 과연 거래를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장기간 지속되는 권오수 회장과 관계도 앙금을 남긴다. 김씨가 2012년 11월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주를 헐값에 넘겨받은 뒤 사모펀드에 팔아 높은 수익을 얻고, 도이치모터스 계열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액면가에 취득하는 과정도 뒷말이 많다. 도이치모터스는 공교롭게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도 단골 협찬사로 등장한다.
관건은 검찰이 유력 야권 대선후보의 배우자에게 혐의가 발견된다면 과연 기소할 수 있느냐다. 김건희 씨를 기소하면 윤석열 후보를 기소하는 것과 다름없다. 검찰이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나 그 가족을 기소한 전례는 없다. 전면 무혐의 처분도 부담이 적지않다. 2007년 선거일을 2주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무혐의 처분해 오명을 남겼던 악몽이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이 특정 인물을 봐주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대선 전에 후보의 배우자를 제대로 수사 할 수 있느냐다. 대선 뒤에 (수사)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는 길일 수도 있다"며 "꼼짝 못 할 물증이 없다면 대선 전 결론을 내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건희 씨는 어머니 최모 씨와 최근 불거진 양평군 개발 특혜 의혹에도 거론되지만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교원 임용 당시 허위 이력을 쓴 의혹으로도 고발됐지만 공소시효 등 문제로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대 학위 논문 검증은 내년 2월 최종 결과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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