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형사사법업무 전문화 사업'에 포함 추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 사건'과 이별 통보를 이유로 연인을 흉기로 찌르고 19층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 사건' 등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에 따른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부나 연인 간 강력범죄가 늘어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사이인지 세부적인 공식 통계는 없다. 사건 초기 경찰이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신뢰할 만한 통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4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배우자나 연인에게 살해된 여성 피해 사례는 97건이다. 살인미수는 131건이다. 이중 현재 또는 과거 혼인 상태의 '배우자 관계'에서 95건의 살인·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또는 과거 '데이트관계'에서는 125건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피해자' 수를 집계하는 작업인 '분노의 게이지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기사화된 사건을 일일이 확인하고 통계를 내는 방식이다.
범행 동기별로는 이혼·결별을 요구 또는 재결합·만남 거부가 53건(23.3%)이다. 뒤이어 홧김에 싸우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경우가 52건(22.8%), 다른 남성과 관계에 대한 의심 등이 34건(14.9%), 자신을 무시해서가 9건(3.9%), 성관계 거부(성폭력)가 6건(2.6%) 순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배우자 또는 연인 등에게 살해된 여성 피해자는 1072명에 달한다. 살인미수까지 합하면 2038명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행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세분되지 않아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 범죄만 보더라도 현재 연인 관계인지, 헤어진 연인인지, 전혀 모르는 관계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과거나 현재 배우자 또는 연인이 저지르는 여성 대상 강력 범죄에 초기 대응부터 제대로 하려면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를 비롯한 구체적인 시스템 정비와 공식 통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김병찬 사건'은 공권력 개입이 사전에 전부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리 사회가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폭력'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통계를 확보하고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면 경찰이 초기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등 섬세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스토킹처벌법 논의 과정에서 "가해자가 현재 연인인지, 과거 연인인지 일방적인 스토킹인지 분류돼야 정확한 범죄 통계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같은 지적에 공감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KICS운영계는 '형사사법업무 전산화 사업'에 피해자와 피의자 관계 세분화 작업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은 현재 시스템 개선 작업인 '형사사법업무 전산화 사업'을 내년부터 진행한다.
KICS운영계 관계자는 "현재 형사사법업무 전산화 사업에서 각 직능별로 필요한 내용을 주고 받는 단계"라며 "여성청소년기획계에서 요청한 범죄 피의자와 피해자 관계 세분화 작업 등을 포함시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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