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오취리 유튜브에 인종차별 댓글…백인에 관대·흑인은 엄격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30)가 1년여만에 유튜브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인종차별 발언이 그를 맞이하고 있다. 유독 흑인 방송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인종차별 문화를 비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샘 오취리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5723 오취리삶’에 ‘샘오취리 가나 전통음식 레시피’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가나 전통 음식 ‘레드레드’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날 샘 오취리의 유튜브 채널에는 복귀를 응원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비난 여론이 거셌다. '목화 따는 예능을 찍어라', '흙 퍼먹는 게 가나 전통음식 아니었나', '사냥하는 과정은 생략했냐; 등 그의 모국인 가나를 비난하는 등 인종차별적 댓글이 줄을 이었다.
영상이 올라온 지 일주일이 지난 1일 대부분의 혐오 발언들이 삭제됐지만 여전히 악플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그에게 인종차별적 댓글이 쏟아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블랙페이스'는 인종차별" vs "표현의 자유"
샘 오취리는 지난해 8월 의정부고 학생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인 '블랙페이스'를 하고 가나의 장례 문화를 흉내 낸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졸업사진을 놓고 "흑인으로서 매우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블랙페이스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민스트럴쇼’에서 백인들이 흑인을 희화화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무대에 올랐던 게 시초다. 인종차별 역사가 생생한 서구에서는 인종차별 행위로 금기시한다.
그러나 누리꾼 사이에서는 블랙페이스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야 한다며 샘 오취리를 비난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 과정에서 샘 오취리의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과거 방송에서 눈 찢는 동작을 했던 장면, 배우 박은혜와 찍은 사진을 두고 한 외국인이 '한번 흑인에게 간 사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 수 없다'라고 단 댓글에 '동의한다'는 답글을 남긴 사실들이 거론됐다.
결국 샘 오취리는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도 모두 하차했다.
◆같은 발언, 다른 반응…"차별금지법 제정·인식 개선 필요해"
한국의 인종차별적 문화를 비판한 외국인 방송인은 샘 오취리가 처음이 아니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44)은 지난 2017년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의 개그 코너에서 개그우먼 홍현희의 분장을 비판했다. 그는 블랙페이스 분장을 하고 파와 배추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꾸민 홍 씨를 겨냥해 "창피하다"고 꼬집었다.
대중의 반응은 지난해 샘 오취리의 비판 발언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홍 씨가 경솔했다" "인종을 희화화돼선 안 된다" 등 샘 해밍턴을 동조하는 의견이 많았다. 샘 해밍턴은 이후에도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계속 출연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두 사건의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를 인종차별적 사고에서 찾는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백인과 흑인 방송인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대중은) 백인이 하는 말은 받아들여야 하는 말로 인식하지만 흑인이 하는 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종차별이나 성소수자 차별 같은 경우는 여성 차별과 장애인 차별과 다르게 관련 법률조차 없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제17대 국회부터 제19대 국회까지 총 7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거나 발의됐지만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법 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 소장은 법 개정에 앞서 공교육과 시민사회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 안의 인종차별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의 교육을 통해 나이, 인종, 지역 상관없이 모두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