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사망' 요양병원 유족, 국가상대 첫 손배소

지난해 3월18일 서울 성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소독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확진자·비확진자 같은 공간 격리…피해 키워"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코호트격리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입소자 유족이 처음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유족 측 대리를 맡아 국가와 서울시, 구로구청, 요양병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민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5일 해당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다음날 20여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코호트 격리조치가 시행됐다.

당시 요양병원 입소자였던 A씨는 요양병원에 격리된 상태로 12월17일 사망했다. 사인은 다발성장기부전이고, 원인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바이러스성 폐렴의증으로 밝혀졌다. A씨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사망한 다음날 화장됐다.

민변은 "정부는 외부 감염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고위험군인 요양병원 환자들을 확진자와 비확진자 구분 없이 같은 공간에 격리해 피해를 키웠다"며 "부적절한 격리조치로 적정한 의료 대응을 하지 못 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고는 유족의 뜻과 무관하게 화장됐다"며 "국가는 고인의 사망과 유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코호트 격리와 장례절차에 대한 위법성을 주장했다.

민변은 서울시와 구로구, 요양병원 역시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민변은 "서울시는 A씨를 즉각 다른 병원 또는 치료시설로 이송하게 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구로구는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조치 시행을 결정한 데 따른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해당 요양병원을 대해선 "수시로 환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식당에는 칸막이도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공동대리인을 맡은 정제형 변호사는 "코호트 격리는 검사를 통해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끼리 격리해야 했다"며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코로트 격리가 남용됐다"고 꼬집었다.

또 "코호트 격리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시설 내의 종사자와 거주자들을 시설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중대한 기본권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yo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