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치사' 이의신청에 검찰행…'유기치상' 경찰 수사중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정인양 학대사망 사건' 당시 강서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기관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아보전에 책임 범위를 감안할 때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공봉숙 부장검사)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가 아보전 관계자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한 사건을 경찰에서 송치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아보전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설치되는 지방자치단체 기관으로 지역별로 아동학대 신고 접수, 상담, 치료보호 등의 역할을 한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대아협은 유기치사와 업무상 과실치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아보전 관장과 팀장, 상담원 5명 등 총 7명을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사건 발생 전인 지난해 5~6월 아보전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아 서울 양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9월에는 112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아보전 담당자는 조사를 위해 6월26일 어린이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아보전 관계자는 어린이집 방문 이후 홀트아동복지회 측과의 통화에서 "쇄골 주위에 실금이 생겼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양부와 통화 후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양천경찰서는 세 차례 신고 모두 양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정인양은 10월13일 학대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졌다. 이후에야 경찰은 수사를 벌여 지난해 11월 양어머니 장모 씨를 구속했다.
대아협은 이 사건에 양부모뿐만 아니라 아보전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경찰은 4개월간 수사 끝에 법리적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대아협 측은 불복해 이의신청서를 냈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유기치상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추가해 경찰에 다시 고발했다. 대아협 측은 "사망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상해 발생은 충분히 예견 가능성 등이 인정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유기치상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상해가 발생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우선 경찰은 첫 번째 고발 건에 검찰 판단이 나오면, 이를 검토해 두 번째 고발 건을 종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첫 번째 사건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두 번째 수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아보전에게 책임을 물기 쉽지 않다고 본다. 유기죄 성립은 피의자에게 법적 보호할 의무가 있었는지가 쟁점이지만, 아보전에게 이런 의무까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아동복지법상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업무는 상담·치료 및 교육, 사후관리 등으로 한정돼있다. 이에 따라 당시 아보전이 수사를 의뢰한만큼 의무를 다한 것이라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성변호사회 아동학대특별위원인 신진희 변호사는 "유기죄가 성립되려면 부조(도움)를 필요한 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하고, 의무를 스스로 방조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YK 김범한 변호사도 "일차적인 책임은 법적 보호의무가 있는 부모에게 있다. 아보전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무를 다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양모 장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부 안모 씨는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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