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이정필 검거·권오수 구속 2주 지나…조만간 기소할 듯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계속해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이정필에게 A씨, B씨 등을 소개 시켜줬고, 또 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김건희를 강남구 학동사거리 근처 미니자동차 매장 2층에서 소개했다.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계좌 10억원으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게 했다."
2013년 작성된 경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내사보고서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소개로 이정필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이 씨에게 주식과 10억원이 들어 있는 증권계좌를 맡겼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권오수 회장과 최근 검거된 이정필 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권 회장의 배우자 안모 씨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기소할 방침이지만 김건희 씨에 대한 수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
경찰 내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권 회장과 이 씨가 만난 시점은 2009년 11월경이다. 2009년 1월 우회상장을 한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9000원으로 시작했지만 약 10개월만에 2000원대로 폭락했다. 특별한 사정 없이는 주가가 계속 떨어질 상황이었지만 '선수' 이정필 씨를 만나면서 반전을 맞았다. 이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하면서 1800원이었던 주가는 두 달 만에 2500원까지 올랐다.
작전을 계속하려면 자금과 계좌가 필요했다. 권 회장은 2010년 2월 '계좌를 위탁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주주들에게 제안하며 이 씨에게 소개해줬다. 이 중 한 명이 바로 김건희 씨라는 것이다. 김 씨는 자신의 10억원 신한증권계좌를 이 씨에게 맡겼다. 김 씨가 이른바 '전주'로 참여해 자금을 대고 차익을 얻었다는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이같은 내용은 이 씨의 자필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경찰은 전형적인 '작전' 주가패턴으로 파악했지만 석연찮게 정식 수사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이 보고서가 '뉴스타파'에 공개되면서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재개됐고, 최근 수사팀은 핵심인물을 연이어 구속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도주했던 이 씨는 검거됐고 의혹의 정점인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사실상 김건희 씨 수사만 남은 상황이다.
이 씨는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돌연 잠적했다. 이 씨가 계좌를 관리했던 만큼 김 씨로 수사가 확대되기 위해선 이 씨의 진술이 필수적이었지만, 검찰은 한 달 넘게 이 씨 신병 확보에 난항을 겪어왔다.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이 씨는 지난 12일 오후 모처에서 검거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씨를 검거한 지 2주가 지나도록 진척은 알려진 바 없어 검찰이 김건희 씨를 놓고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씨는 이외에도 2012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여주를 헐값에 넘겨받고 2013년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 설립 당시 주식 2억원어치를 액면가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또 도이치모터스가 김 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협찬금을 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 '고발사주' 고발장에도 등장하는 주가조작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가 공개한 '손 준성 보냄' 고발장에는 주가조작 경찰 내사보고서를 처음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가 김건희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피고발인은 2020년 2월 제보자X 지모씨의 제보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뉴스타파를 통해 '윤석열 아내 김건희 - 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가 불법적인 주가조작을 해 재산을 축적한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 김건희는 불법적인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이 고발장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됐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과 전달 과정에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깊게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함께 윤석열 후보까지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발장에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김건희의 주가조작 범행 공범처럼 거론됐던 도이치모터스 대표 측에서 모두 허위보도라고 반론제기를 마쳤다. 뉴스타파 보도가 모두 허위라는 점은 명백하다"라고 구체적으로 김 씨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이에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수정관실이 연루된 여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