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 학대 몰랐다면서 '귀찮은 X', 'X진상'

입양아 정인 양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5월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양천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오늘 2심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인' 양의 사망 배후에는 양아버지도 있다. 그는 아내의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정인 양을 두고 '귀찮은 X', '개진상'이라고 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 달라'며 아내와 함께 기도한 정황에 비춰 양아버지 역시 학대를 알고 있었다고 본다.

◆'남편은 학대 사실 몰랐다'는데…기도는 같이?

정인 양의 양어머니 장모 씨는 학대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장 씨가 자신의 살인 혐의와 함께 다투는 부분은 바로 남편 안모 씨가 학대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다. 장 씨는 5일 2심 결심 공판에서 이뤄진 피고인 신문에서 '안 씨는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아무 죄도 없지 않으냐'는 안 씨 측 변호인의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안 씨가 기소된 부분은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안 씨가 (학대 사실을) 알면서 방치한 건 아니지 않으냐'라고 물었고, 장 씨 역시 "그런 건 아니다"라며 남편에게 책임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장 씨는 재판부 신문에서 검찰에 틈을 보였다. '1심에서 육아·생리 스트레스에다 피해자가 밥을 잘 안 먹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치료를 받을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는 주심의 질문에 장 씨는 "처음에는 남편한테 부탁했다. 아침마다 내 손잡고 기도 좀 해달라고 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검찰이 아내와 기도한 경위를 묻자 안 씨는 "(아내가) 스스로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아이에게 자꾸 소리를 지르게 되고 더 심해질까봐 두렵다고 했다. 와이프 성격이 다혈질인 건 알고 있어서 기도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다만 '아이'의 의미가 달랐다. 검찰은 장 씨의 답변 속 아이를 정인 양으로 봤다. 그러나 안 씨는 "(아내가) 제게 말한 건 '아이들'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된다는 측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율하(정인 양의 입양 뒤 이름)라고 특정하지 않았느냐', '율하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없애달라는 기도가 아니었느냐'라는 추궁에도 안 씨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기도였다"라고 일관했다.

◆아이에게 '귀찮은 X'이라 한 이유는 '부부싸움 안 하려고'

안 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정인 양을 첫째 아이와 차별하지 않고 사랑했다고 진술했다. 장 씨가 정인 양을 학대한 주요한 이유였던 이유식 거부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밝혔다. 정인 양이 이유식을 먹도록 어떤 노력을 했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안 씨는 "아내는 반대했지만 간이 된 음식을 와이프 몰래 주면 아이가 잘 받아먹었다. 아보카도와 사과, 계란처럼 첫째가 잘 먹던 걸 먹이기도 했고 녹록지 않으면 우유만 주는 방법으로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안 씨의 답변을 듣던 재판장은 의문을 표했다. 1심 판결문에 첨부된 메시지 내역에 따르면 장 씨가 '선생님이 안아주면 (정인 양이) 안 운다'라고 말하자 안 씨는 '귀찮은 X'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장 씨가 '내가 밥 준다고 할 때까지 얘는 굶는다'라고 하자 안 씨는 'X진상이야? 데리고 다니기 짜증 나니까 집에 둘래?'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장 씨가 '그래도 오늘은 폭력 안 썼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짜증이 갈수록 느는 것 같다'라고 반응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은 율하를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장 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에는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 나온다. 왜 그런 것이냐"라고 물었다. 안 씨는 "와이프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힘든 상황이라 다른 소리를 하면 부부싸움이 되고 아이들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집에 가서 대화로 풀었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톡에는 그런 내용이 많다"라고 해명했다.

정인 양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장모·안모 씨의 2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 /이새롬 기자

◆'도의적 책임과 법률적 책임은 다르다'…2심 판단은?

안 씨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부적절함과 범죄를 구분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여론에 휩쓸려 수사‧1심 재판 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법리적 판단을 받지 못했다고도 토로했다. 변호인은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를 가장으로서 제어하지 못해 치명적 결과가 발생한데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 자책하고 반성하고 있다"라면서도 "어디까지나 도의적 책임이지 법률적 책임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재판장이 직접 물었던 카카오톡 대화에 대해서도 "남편으로서 아내의 기분을 맞춰준 대화 중 일부일 뿐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부에서 아무 예단 없이 증거에 입각해 순수한 법률적 판단을 해달라"라고 했다.

안 씨에 대한 두 번째 법률적 판단은 오늘(26일)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안 씨 부부의 2심 판결을 선고한다. 1심은 안 씨의 방임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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