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손배소 2심 시작…'국가면제' 벽 넘을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재판 절차가 25일 시작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남윤호 기자

'손배 청구 안돼' vs '고정적 가치 아냐'…1심 판단 상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재판 절차가 25일 시작된다. 1심 각하의 주된 근거였던 '국가 면제론'의 벽을 넘을지가 쟁점이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 첫 변론기일을 연다.

재판부는 이날 첫 변론을 시작으로 다음 해 1월 27일과 3월 24일 각각 변론을 진행한 뒤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전산상 선고기일은 다음 해 5월 26일 오후 2시로 지정됐지만 일본 정부 대응에 따라 일정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앞서 피해자들은 2016년 2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국가 면제론을 근거로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국가 면제론이란 한 주권국가가 외국 재판의 피고가 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이 때문에 재판은 수년 동안 공전을 거듭했지만,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으로 2019년 11월부터 변론이 진행됐다. 공시송달이란 송달 장소를 알 수 없거나 외국으로 촉탁 송달이 어려울 때 택하는 방법 중 하나다.

4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는 "현시점에서 외국인 일본을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허용될 수 없다"라며 각하했다. 한국은 국가 면제 범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관련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국가 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려면 국익을 고려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책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행정‧입법부의 의사 결정에 앞서 법원이 추상적 기준만 제시해 국가 면제의 예외를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이러한 판단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과 상반된다. 약 3개월 먼저 판결을 선고한 같은 법원 민사34부는 "국가 면제 이론은 국제 질서 변동에 따라 계속 수정되고 있는 점에 비춰 보면 국가 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 가치가 아니다"라고 봤다. 또 "('위안부' 동원은) 일본에 의한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로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 할지라도 국가 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한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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