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금, 불법 논하는 자체가 참담"…울먹인 법무부 직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의혹으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당시 실무자들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위법하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법무부 직원 증언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업무절차상 일환"…검찰, 또 공소장 변경 신청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당시 실무자들은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법무부 직원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19일 차 전 본부장과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사건 당시 출입국심사과장으로 근무한 A 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A 씨는 사건 당시 김 전 차관의 비행기 탑승을 차단하고 알람 설정을 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그때 당시 저희는 위법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업무절차상 일환으로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다만 "본부장님(차 전 본부장)이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라고 믿고 따랐다"라고 덧붙였다.

차 전 본부장은 첫 공판에서 '범죄 혐의자인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는 안전한 국경관리를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 씨 역시 이날 김 전 차관이 국외로 출국했다면 소관 부서인 법무부가 엄청난 국민적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A 씨는 지난 공판 검찰 측 주신문에서 이규원 검사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받았다며 "문자 메시지로 받은 거라 공문서 효력이 인정될지 걱정됐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가 문자 메시지로 전송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며 "요청서에 관인(기관장 직인)이 없어 심사과 계장에게서 '양식이 좀 이상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라고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출국금지 요청서가 문자메시지로 전송된 정황이 드러났다. 변호인은 "1․2차 승인 요청서는 팩스로 보냈는데 3차 승인 요청서의 경우 새벽 3시를 넘긴 시각 이 검사는 서울동부지검을 떠났고 팩스 복합기도 고장 난 상태라 부득이하게 문자로 보낸 것"이라며 "3차 승인 요청서는 그전에 들어온 1․2차 요청서를 부분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증인이 왜 3차 요청서를 보내지 않느냐며 문자를 보낸 기록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03.05./뉴시스

증인신문 끝 무렵 직접 신문에 나선 차 전 본부장은 "본부장의 알람 설정 때문에 40~50명의 직원이 많은 고초를 겪었는데 혹시 제게 야속한 마음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A 씨는 "우왕좌왕한 점은 있지만 모든 직원이 본부장님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 했다"며 "저희 업무처리를 수원지검에서 이렇게 조사하고 증인으로 앉아서 질문받는 게 참담하다. 저희 업무가 불법이냐 적법이냐 논하는 자체가 참 참담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본부장님이 야속하다, 너무한 것 아니냐 이런 감정은 추호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A 씨는 이번 해를 마지막으로 퇴직한다. A 씨는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금요일 23시경 그런 일이 발생해 저희도 많이 당황했다. 나름대로 절차에 따른다고 했지만 미흡했던 점도 있다"며 "모든 언론 보도가 집중되고 대상자(김 전 차관)는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고 당시 상황은 긴급하고 시급했다. 현장 직원들의 그 스트레스와 억압감은 말로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라며 울먹였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들도 눈물이 고였다.

한편 검찰은 6월과 10월에 이어 17일 세 번째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냈다. 이에 변호인은 "졸속으로 기소해 공소장을 자주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새로운 공소사실 추가보다는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의 기존 공소장과 취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누락된 부분을 추가한 것"이라고 공소장 변경 경위를 밝혔다.

변호인은 "공소장 변경이라는 건 심리 중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 하는 것인데 이번 재판에서는 벌써 세 번째 변경"이라며 "공소사실 편집을 검사 컴퓨터에서 해야지 왜 재판에서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재판부 역시 "(변호인 입장은) 졸속 기소한 뒤 보완하는 게 아니냐는 건데 검찰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내라"라고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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