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재개발·도시재생 동시 추진…1년 후 본격 철거
[더팩트|이진하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며 1970년대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재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재개발과 동시에 지역의 본모습을 살리는 도시재생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달동네' 백사마을은 이르면 내년 11월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더팩트>가 백사마을을 찾은 지난 10일, 연일 내린 비에 기온이 뚝 떨어져 마을은 한층 고즈넉했다.
가장 많은 가구가 살았던 1960년대에는 1180가구까지 있었다. 하지만 재개발과 도시재생을 앞두고 대부분이 떠나가고 100가구 남짓만 남았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화들이 낯선 방문객을 맞았다. 크고 작은 골목으로 미로를 연상하게 했다.
중턱쯤 올라서자 집 옆에 텃밭이 모습을 드러났다. 지금은 떠난 주민들이 가꿔온 흔적이 느껴졌다.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가옥 지붕에는 폐타이어가 눈에 띈다.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눌러 놓았다.
수평도 맞지 않는 높은 계단을 올라가면 빨간 락카로 동그라미 표시가 된 집들이 펼쳐진다. 주인이 떠난 집이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주거지 보전사업에 전면 철거 등 재개발을 연계한다.
전체 부지 18만6965㎡ 중 70%는 최고 20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다. 나머지는 최고 4층의 저층주택 단지가 나란히 마주할 예정이다.
백사마을의 고유 정취와 주거·문화사를 간직한 지형과 골목길 등 근현대사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백사마을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거점공간으로 104랑 재생지원센터가 활동 중이다. 정비사업이 끝난 후 공동이용시설 내 전시관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보관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센터는 약 1000여 점의 물건을 수집했고 거주 주민들 30여 명의 인터뷰를 기록화했다.
손때 묻은 미싱,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녹슨 난로와 연탄 통, 쌀통, 절구, 맷돌 등이 센터에 모였다. 제작연도를 가늠하기 힘든 아주 오래 된 가전제품들도 적지않다.
정든 물건은 버리기 쉽지않듯 마을에 대한 향수로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다.
104랑 재생지원센터 조영운 홍보팀장은 "이곳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고령인 분들이 많다"며 "어떤 이는 금전적인 문제로 남아있기도 하고, 오랜 시간 살아온 정 때문에 떠나지 않은 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월세로 거주하는 분들은 월 10만~15만 원을 내고 살지만 SH서울주택공사가 제공하는 이주주택으로 터전을 옮기면 아파트이기 때문에 적어도 20~25만 원의 세를 내야 해 금전적 부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이 정든 마을에서 살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노원구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은 시공사가 지난달 확정됐고, 도시재생 구역의 시공사도 내년 상반기 중에 공모를 시작한다"며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백사마을 철거는 내년 11월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사마을 재개발 및 도시보존사업 시행사인 SH공사 관계자는 "현재 남아있는 주민들은 대체로 가옥주이고 개인의 선택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거주자들의 이주 문제는 서울시와 더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