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불출석 후 사라져…도피 장기화 우려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그만큼 가족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 아닙니까.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조작사건 이정필이가 도망갔죠. (아니, 전 모르죠.) 세 사람 중에 부인과 제일 관련된 사람한테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실질심사에서 도망을 가버렸어. 도망간 이정필이가 다 자백을 했답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5일 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 윤석열 현 대선후보를 추궁하며 한 말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는 정점을 향하고 있다. 검찰이 주가조작의 '몸통'으로 보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조만간 2차 출석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말이 나온다. 그뒤 조사 대상은 사실상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뿐이다.
그러나 홍준표 의원이 실명 거론한 이정필 씨는 종적을 감췄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나오지 않고 사라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월초에도 이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는데 한 달 뒤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이씨는 누구이길래 앞으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도주하는 모험을 하고 검찰은 뒤쫓는 걸까.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3년 작성된 경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첩보 보고서가 '뉴스타파'에 공개되면서부터다.
석연치않게 수사 착수는 좌절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권오수 회장과 이정필 씨는 2009년 11월 만났다. '골드만삭스 출신'을 자처한 이씨는 당시 도이치모터스를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뒤 주가가 곤두박질 치던 위기에서 권 회장이 끌어들인 '주가조작 선수'였다. 그가 100만주 정도를 넘겨받아 2달간 작업하자 주가는 18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랐다.
그는 권 회장에게서 시세조정에 '실탄'과 계좌를 대줄 전주들을 소개받는데 그중 한 사람이 김건희 씨였다. 보고서에는 2010년 2월 서울 강남구 도이치모터스 '미니' 매장 2층에서 김건희 씨와 만나 10억원이 든 신한증권계좌를 위탁받았다고 적혔다. 이는 윤 후보 측도 최근 대략 사실이라고 인정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이정필 씨의 자필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이같이 상세하게 당시 상황을 진술했던 이씨는 현재까지 유일한 언론 접촉인 지난해 2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는 '김건희 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슨 이유에선가 "나중에 이야기하자. 기억이 잘 안 난다"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을 피하고 연락을 끊었다.
지난 9월 초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는 출석했던 이씨가 한 달 뒤 재청구된 영장 심사에는 돌연 불출석하고 도피생활에 들어간 것도 의구심을 키운다. 일각에서는 이씨의 도피가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고 본다. 그렇다면 김건희 씨 수사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최근 구속기소한 다른 3명의 '주가조작 선수'들의 공소장에는 이들과 권 회장이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636억원 상당 주식 1599만여주를 직간접적으로 불법 매수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건희 씨 관련 내용은 빠진 상태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은 최근 김건희 씨의 2010년 1~5월 신한증권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했으나 의혹을 말끔히 씻지는 못 했다. 이씨에게는 증권계좌를 4개월간 맡겼지만 손실만 보고 별도 계좌로 옮겼다는 해명이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른 시기는 2010년 10월부터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시 도이치모터스 대주주로 파악되는 김씨의 거래 내역 전체를 공개해야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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