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화장품 절반, 발암물질 '과불화화합물' 검출

환경운동연합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수행한 ‘국내 화장품 중 과불화화합물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뉴시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화장품 모니터링 결과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국내에 판매 중인 화장품 절반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쉽게 분해되지 않는 이 물질은 축적되면 암을 일으킬 수도 있어 유럽 등 해외 국가는 사용 제한을 검토 중인 성분이다.

환경운동연합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수행한 ‘국내 화장품 중 과불화화합물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단체는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 20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은 모든 제품에서, 자외선 차단제는 80%,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 50%, 파우더·팩트는 40%에서 해당 물질이 나왔다고 밝혔다.

제품군으로 살펴보면 입술에 바르는 3개 제품에서 과불화화합물의 한 종류인 PFHxA가 5.58~7.58ng/g 검출됐다. 자외선 차단제는 5개 제품 중 4개에서 여러 종류의 과불화화합물이 총 4.28~105.5ng/g 나타났다.

파우더·팩트는 5개 제품 중 2개에서 2종류가 검출됐다. 각각 PFHxA 4.02ng/g, PFOA 4.72 ng/g씩이다.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에서는 2개 중 1개 제품에서 5종류의 과불화화합물이 나왔다. 각각 PFHxA, PFOA, PFDA, PFHpA, PFTeDA로 검출량은 총 59.46ng/g이다.

단체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은 갑상선 질환과 간 손상 및 태아의 발달독성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이 물질은 ‘그룹2B’(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발암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있는 물질’로 구분했다.

이에 지난달 18일 미국 정부는 성명을 통해 "3년 이내에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전면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의회가 화장품에 의도적으로 추가된 모든 과불화화합물을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도 내년 말까지 해당 성분을 규제하는 화장품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국내에는 화장품에 대한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 및 관련법이 없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식약처에 유통판매 중인 화장품 내 과불화화합물 전수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 물질의 전면 활용 금지 및 엄격한 규제 기준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과불화화합물은 미량일지라도 피부에 직접 흡수되고 잔류성이 강해 발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하루에도 여러 개의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 데이터를 확보, ‘플로오로’ 성분을 가진 제품을 먼저 선별한 후 진행됐다. 100개 이상의 성분을 가진 제품을 우선순위 품목으로 구분해 총 5개 제품군 20개 상품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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