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놓친 중범죄자 출국 막아' 피고인 진술에 반박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재수사를 앞둔 피의자라도 출국금지 불법성은 치유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의혹에 연루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과거 검찰이 김 전 차관을 석연찮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사실을 언급하며 '보복성 기소'라고 비판한데 대한 항변이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비서관과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의 속행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 동영상 등을 언급하며 2013~2014년 불기소를 옹호하기 위해 수사가 이뤄진 것처럼 말하지만 이 사건은 2019년 3월 22일 출국금지 적법성이 쟁점"이라며 "또 피고인들은 출국금지 일주일 뒤 재수사가 시작된 피의자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지만 차 전 본부장이 출국금지 요청을 승인한 시각 기준으로 김 전 차관이 사형이나 무기, 징역 3년 이상을 선고받을 범죄 피의자에 해당하는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비서관은 공소사실에 관한 모두진술에서 '김 전 차관이 피의자가 아니라는 건 검찰의 자아분열'이라며 출국금지 의혹 수사와 기소를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달 15일 첫 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이 구속 기소되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을 1차 때(과거 수사 당시) 밝히지 못해 부끄럽다고 밝히는 과정을 지켜보며 검찰권이 바로 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며 "그랬던 검찰이 이제 와 김 전 차관이 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실로 경악스럽다. (재수사할) 상황에 떠밀려 최소한도의 수사를 했다는 초라한 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의 과거 수사의 본질부터 봐야 한다며 "부패 사건(별장 성 접대 의혹)에 접근하면 김학의와 또 다른 김학의의 실상이 규명되고 검찰 조직이 국민적 공분을 살 것을 심각히 우려해 수사를 뭉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차 전 본부장 역시 "검찰은 과거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무고한 민간인의 출국을 금지했다고 하는데 근본적 의문이 있다. 재수사를 앞둔 중범죄 혐의자가 순수한 민간인이고 해외로 도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이날 재수사를 앞뒀더라도 긴급 출국금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로 볼 수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검찰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하려면 과거사위원회에서 장관이, 장관이 다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기 때문에 바로 수사 착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했다면 범죄 피의자로 볼 수 있지만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착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이) 출국금지 이후 수사받은 사정만으로 출국금지 불법성은 치유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당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입국심사과장으로 근무한 A 씨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A 씨는 이 검사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받았다며 "문자 메시지로 받은 거라 공문서 효력이 인정될지 걱정됐다"라고 기억했다.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가 문자 메시지로 전송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도 했다.
또 A 씨는 "요청서에 관인(기관장 직인)이 없어 심사과 계장에게서 '양식이 좀 이상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라고 증언했다.
다만 A 씨는 김 전 차관의 출국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도록 '알람 설정'을 해둔 것에는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다는 피드백을 주고받은 적 없다"라고 했다. 알람 설정에 필요한 김 전 차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어떻게 확보했냐는 물음에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 전 비서관 등의 다음 재판은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19일 공판에는 A 씨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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