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 A씨 탓이라는 증거 부족"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 내부에 담배꽁초를 버려 큰불을 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교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상준 부장판사)는 중실화 혐의로 기소된 전 은명초 교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6월26일 오후 4시쯤 은명초 별관 옆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렸다.

여기서 옮겨붙은 불은 학교 건물과 주차된 차량 41대 등을 태워 27억원 상당 재산 피해를 냈다. 이 과정에서 교내에서 방과 후 학습 중인 학생과 교사 등 158명이 대피하고, 연기를 들이마신 교사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평소 일반 연초 담배를 피우지 않고 전자 담배를 피웠으며, 화재가 시작된 현장에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지난 1월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하며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A씨를 법정 구속했다. 1심은 "불을 붙이는 일반 담배를 피웠다고 볼 정황이 있고, A씨가 버린 꽁초로 화재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실화 가능성에 신중한 판단을 내리며 무죄를 선고했다. 화재 당시 연초 담배를 흡연하지 않던 상태였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화재 발생 무렵 연초를 피웠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라며 "A씨가 분리수거장에 들어가지 이전부터 작은 불씨가 불길 없이 서서히 타는 훈소 상태가 지속되다 불길이 일었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 구속됐던 A씨는 항소심 선고에 따라 석방됐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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