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관실 PC 교체 정황…'월성원전 고발사주' 꼬리무는 의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의 고발에 이어 월성원전 사건의 고발도 사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이두봉 전 대전지검장(현 인천지검장·오른쪽)과 악수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감사결과 발표 이틀 만에 고발…박범계 "인위적 행위 있었던 듯"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의 고발에 이어 월성원전 사건 고발도 사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상조사를 지시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유의미한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혀 의혹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관실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고발 과정을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보내고, 당일 국민의힘이 대전지검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고발하는 등 최강욱 대표 등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처럼 검찰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 고발까지 단 이틀…윤석열 대전지검 방문 후 수사 '일사천리'

감사원은 지난해 10월20일 월성원전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고발 대신 이틀 뒤 7천장 가량의 수사참고자료를 대검찰청에 보냈다. 같은 날 저녁 국민의힘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대전지검에 관련 인물 12명을 고발했다. 여당 의원들은 감사결과 발표 직후 고발에 이어 수사까지 속전속결로 전개된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법사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그때는 국정감사 중이었는데 이걸 작성할 시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감사결과 발표 이틀 만에 확인한 정보로 고발을 했겠는가"라고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범계 장관은 13일 출근길에서 기자와 만나 "고발장에 실무자들의 실명이 언급됐는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매우 심각하게 본다"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배당과 수사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유사한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장을 접수받아 고발인 조사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고발로 대전지검에 주도권이 넘어갔다. 국민의힘이 왜 대전지검에 고발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있지 않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전 대전지검장(현 인천지검장) 때문 아니겠냐는 분석이 많았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의 고발에 이어 월성원전 사건의 고발도 사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고발장 접수 일주일 만인 지난해 10월29일, 윤석열 전 총장은 지방순회 재개 첫 방문지로 대전지검을 택했다. 윤 전 총장의 방문 전 이미 대검이 받았던 감사원 수사참고자료는 대전지검에 내려갔다고 한다. 방문 후 3일여 만에 대전지검 형사5부가 본격 수사를 맡게 됐으며, 지난해 11월5일부터 산업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벌였다. 일사천리 같은 수사였다. 사건 특수성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있지만, 사건이 배당되기 전 수사참고자료를 먼저 송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 지난해 국감 이후 휴대전화 교체…"수정관실, 민감한 정보 다뤄"

의심스러운 정황은 또 있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전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근무했던 A검사는 지난해 11월초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국정감사 직후 PC를 교체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검 관계자는 "당시 PC를 교체한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A검사는 라임 검사 술접대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로, '고발사주' 사건에도 연루돼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에 이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함께 수정관실에서 근무했다.

술접대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1월 초 A검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는데, A검사는 압수수색전 미리 휴대전화도 바꿨다고 한다. 교체 이유는 수정관실이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 A검사는 보안 문제를 우려해 지난해 대검 국감 이후 휴대전화도 바꿨다고 전해진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5일 국감에서 술접대 폭로 시점과 월성원전 사건 고발 시점을 비교하면서 A검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여권 정치인) 고발사주 사건 고발장에는 보도를 통해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 작성이라 가능한 것이지 않겠나"라며 "월성원전 사건 고발장도 검찰이 작성했다면 비슷한 일이다. 의혹의 연결고리도 있다. 고발사주 사건에도 등장하는 A검사"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 발표 전인 지난해 10월 김봉현이 술접대 사건을 폭로했고, A검사는 이른바 '96만원'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검사가 고발사주 사건의 중심적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윤석열 검찰은 A검사를 불기소해야 했지 않았겠는가"라며 "사람들의 연결고리까지 포함하면 월성원전 사건도 고발사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국감' 한창이던 10월22일…대검을 찾은 '의문의 인물'

고발장이 접수된 지난해 10월22일, 대검을 방문했다는 신원미상의 감사원 직원 한 명을 두고 감사원과 법무부·대검 사이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폭탄 발언을 내놓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바로 그날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의 고발장이 접수된 당일 감사원 직원이 대검을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대검 출입기록을 확인해달라는 김 의원의 요청에 김오수 검찰총장은 감사원 직원 한 명이 지난해 10월22일 대검을 방문한 사실이 있고, 정확한 신원은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해 10월22일 대검에 직원이 방문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21일 법사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영배 의원의 요청에 강민아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22일 수사참고자료 공문을 송부했고, 23일 직원 3명이 관련된 감사원 서류를 대검에 가져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2일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박범계 장관은 "22일 오후 6시에 인편으로 수사참고자료가 대검에 보내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엇갈리는 정황을 종합하면 감사원 직원이 비공식적으로 지난해 10월22일 오후 6시에 대검을 방문한 셈이 된다.

박 장관은 "수사참고자료를 보내겠다는 공문이 전자적으로 간 것은 10월22일이 맞다. 제가 믿을 수밖에 없는 분들에게 같은 날 저녁 6시에 인편으로 수사참고자료가 대검에 보내졌다고 확인했다"며 "제 명예를 걸고 22일 6시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대전지검을 딱 찍어서 즉시 수사를 시키려는 인위적 행위가 있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대검 총장을 거쳐 대검 감찰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고발장을 작성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인 조 모 변호사는 '헛발질'이라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조 변호사는 "고발장 작성은 제가 했고, 접수는 당에서 했다"며 "(200페이지 분량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됐었고, 어떤 사람인지 대상자를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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