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여당과 설전·호통…시의회와 관계 악화 우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날 선 대립을 보이면서 향후 서울시의회와 관계가 주목된다.
국감 전에도 마찰이 본격화된 상황이었는데 더욱 악화될 경우 오 시장 공약사업 추진을 위한 내년 예산 편성도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장동 사업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민주당 의원들과 정면충돌했다. 특히 국토위 국감에서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는 사실관계를 정정한다며 의원 발언을 끊고, 서로 호통을 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오 시장은 김회재 민주당 의원이 서울 집값 상승을 지적하자 "정부의 이런 부동산 실정을 서울시에 전가하지 말아달라"고 응수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고성이 오갔다.
신동근 의원과는 수도권 매립지와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직결 문제를 두고 논쟁 과정에서 "일방적인 매도성 발언"이라고 항의하며 "의원들은 과도한 발언을 해도 되고 피감기관장은 예의를 다하라는 건 상호존중의 자세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홍기원 의원이 내곡동 방문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민주당 의원들의 반복되는 질의에는 매우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정치적으로 덧씌우기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께, 국정감사장을 정치 행위를 위해 활용하는 분들께 지금 항의하는 거다. 국정감사를 빌미로 삼지 마시라"고 호통을 쳐 다시 한번 장내가 소란해졌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앞으로 시의회와 관계가 더욱 우려되는 이유다.
오 시장은 이번 국감 전에도 이미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며 불협화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인선에서는 후보자 선정을 두고 시의회 민주당이 "무리한 '코드 인사'를 위해 SH공사 사장 공석 무기한 사태를 초래한 오 시장을 강력 규탄한다"는 논평을 냈다.
또 지난달 초 시의회 시정질문에서는 이경선 의원이 '오세훈TV'의 사회주택 관련 방송 내용을 지적하면서 답변 기회를 주지 않자 오 시장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다시 세게 부딪쳤다.
3선 의원이자 10대 의회 전반기 의장을 맡았던 신원철 의원은 "(오 시장이) 지난 시정질문 때도 본인과 의견이 다르다고 본회의장을 뛰쳐나가는 걸 보면서 볼썽사나웠다"며 "국감에서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공격적이었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당장 내달 초부터 행정사무감사를 받는 데 이어 내년 예산안을 두고 시의회와 조율해야 하는 입장이다. 관계가 악화할 경우 지천 르네상스, 서울형 안심소득 등 오 시장의 핵심 사업 예산 편성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신 의원은 "오 시장이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공유경제, 사회주택 등 고 박원순 시장 시절 협치 차원에서 행한 시정에 대해 지우기를 시도하면서 많은 의원들의 시각이 차갑고 불편하다"며 "이후 예산안 등에서 많이 부딪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찰은 있지만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게 될 것 같다"며 "시정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시민을 보고 가는 것인 만큼 집행부도 의회도 시민만 바라본다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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