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대장동팀 호흡 맞춘 배경도 관심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의 축소판이라는 위례지구가 다시 주목을 받고있다. 검찰이 성남시 청사 압수수색 당시 위례지구 자료를 확보한데다 성남시의회도 내달 행정사무감사를 추진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2년 전 삽을 뜬 위례지구는 대장동팀에서 활약한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비롯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선수'들이 사전연습을 했다고 의심받는 곳이다. 특히 15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의 행방과 호반건설이 이른바 ‘대장동팀’과 호흡을 맞춘 배경에 눈이 쏠린다.
위례지구와 대장동 개발 방식은 ‘판박이’로 불릴 만큼 유사하다. 대장동에서 성남의뜰 역할을 한 ‘푸른위례프로젝트’를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로 설립, 화천대유자산관리 역할을 한 AMC ‘위례자산관리’가 사업에 참여했다. 배당금의 경로가 불분명한 모습도 꼭 닮았다.
유일한 차이는 위례지구는 시공사가 개발 전반에 개입했다는 정도다. 위례자산관리를 호반건설이 소유하며 목소리를 낸 까닭에 민간업자들이 나눠 가질 시행이익의 몫이 줄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대장동팀의 활약상이 짙어 눈길이 쏠린다. 우선 위례자산관리는 천화동인 1~7호처럼 설립해 위례투자 1~2호와 위례파트너3호를 설립하고 투자했다. 친숙한 이름도 많이 등장한다.
대장동 사건의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억대 뇌물을 건넸다고 의심받는 정재창 씨는 위례투자1·2호에서 전부 사내이사를 지냈다. 현재 연락이 두절돼 검찰이 추적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의 배우자 정모 전 MBC 기자는 위례자산관리와 위례투자2호의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정 전 기자는 위례자산관리와 위례파트3호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또 위례파트너3호 감사인 정모 씨는 천화동인 4호와 같은 사무실을 쓴 유령회사 ‘아이디에셋’의 공동대표다.
다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사업 착수 3년이 지난 2017년 푸른위례프로젝트가 지급한 총 306억 원의 배당금 절반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갔으나, 행방이 묘연한 나머지 150억 원을 이들이 챙겼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호반건설이 이들과 어떻게 손발을 맞추게 됐는지도 의구심이 있다. 자체적으로 시행과 시공 및 분양팀을 두루 갖춘 중견기업이 건설 및 투자의 역량을 검증받은 적 없는 대장동팀과 굳이 호흡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위례지구 개발은 호반건설의 역점 사업으로 업계 관심도가 높았다. 위례자산개발의 대표로 그룹의 원로 격인 김모(76) 전 호반건설 고문이 투입됐고, 이어 호반자산개발 등을 이끌었던 김모(39) 대표에 바통을 넘겼다. 그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친인척이다.
사업 파트너로서 대장동팀과 호반건설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5년 대장지구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호반건설 관계사인 스카이자산개발이 도전장을 냈다가 좌절했는데, 컨소시엄 참여 등을 정재창 씨가 이끌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 임원이 위례자산관리를 이끌었던 기간과 대장동팀이 위례투자 등에서 임원을 맡은 시기는 겹치지 않는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이 시공사를 찾던 중 제안이 와서 뒤늦게 들어갔을 뿐"이라며 "대장동팀의 실체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류했을 때는 이미 컨소시엄 등도 설립된 상태였다. 정재창 씨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성남시 압수수색 당시 위례지구 자료로 확보해 대장동팀의 역할을 밝혀내는 데도 주력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개발 당시 오간 수상한 자금들이 위례지구의 연장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종적을 감춘 위례자산관리 전 대표이사 정재창 씨를 찾고 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