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특이한 현상"…"임대료 명목 지출한 것" 해명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수백억원의 초기 사업자금을 대준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와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대표를 맡은 우란문화재단 사이 이례적인 돈 흐름이 확인돼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최기원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에 빌려준 400억원은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2013년 킨앤파트너스를 설립한 박중수 전 대표는 SK행복나눔재단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
14일 <더팩트>가 우란문화재단의 공시자료와 지출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재단은 지난 2년 동안 보유 기부금 중 약 12억 원을 킨앤파트너스에 지출했다. 2019년 5억9156만 원, 지난해 6억285만 원씩이다. 특히 2019년에는 킨앤파트너스의 100% 자회사 플레이스포에도 1766만 원을 지원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킨앤파트너스를 흡수합병했다.
특이한 대목은 같은 시기 킨앤파트너스도 우란문화재단에 기부를 했다는 점이다. 박중수 전 대표가 2019년에 개인 자격으로 30억 원을 출연했다. 킨앤파트너스 법인은 2019년 4억700만 원, 2020년 4억500만 원을 후원했다.
킨앤파트너스와 우란문화재단이 두 해에 걸쳐 법인자금을 주고받은 셈이다. 우란문화재단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2019년 4억7000만 원을 받고, 5억9156만 원을 건네줬다. 이듬해에는 4억500만 원을 기부받고 6억285억 원으로 돌려줬다.
우란문화재단은 ‘통 크게’ 지원했다. 이곳의 지난해 공익법인 공시를 보면 그해 킨앤파트너스에 지출한 금액은 재단이 지원한 331곳 중 최대 액수다. 2019년도 다르지 않다.
최 이사장이 모친 우란(友蘭) 박계희 여사를 기리는 뜻에서 2014년 설립한 이 재단은 문화예술계 단체 및 인사를 후원하는 공익법인이다. 간혹 영리기업의 사회공헌 일환 문화행사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130억~19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투자자문회사 킨앤파트너스에 대한 지원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률 회계사는 "같은 해에 기부금을 주고받는 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몹시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홍순탁 회계사도 "기부금 및 지원 명목으로 돈이 오간 모습인데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두 법인은 말을 아꼈다. 킨앤파트너스 측은 "언론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우란문화재단 측은 "지원금의 명목 등에 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SK그룹 관계자는 "우란문화재단이 킨앤파트너스에 지출한 명목은 임대료"라며 "킨앤파트너스가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건물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스터리스란 장기적으로 건물을 통째로 빌린 후 이를 재임대해 수익을 얻는 사업방식을 뜻한다. 킨앤파트너스와 우란문화재단은 최 이사장이 소유한 서울 성수동의 건물에 함께 입주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인 최 이사장은 경기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투자에 관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화천대유의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에 400억 원가량을 2015년 빌려줬지만 ‘화천대유 등 관계자나 투자 경위는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킨앤파트너스를 설립한 박 모씨가 천하동인4호의 특정금전신탁을 담보로 돈을 빌린 까닭에, 최 이사장도 천화동인 및 관련 인사들을 알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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