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지역 유명 역술가…삼부토건 관계사 사내이사로도 등기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의 ‘王’(임금 왕) 글씨가 해프닝을 넘어 ‘무속논란’으로 이어졌다. 유튜브 등에서 정법 강의를 한다는 천공스승과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 씨, 관상가 노병한 씨와 지장스님 등 낯선 인물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이들 사이에서 주목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심무정(77) 씨다. ‘무정스님’으로도 불리지만 실은 관상을 보는 역술인이다. 언론에 공개된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에서 윤 전 총장, 장모 최은순 씨와 나란히 언급돼 관심이 커진 바 있다.
<더팩트>는 심 씨를 오랜 기간 지켜봐 온 지인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 씨가 혹시 윤 전 총장 손바닥에 적힌 ‘王’자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윤 전 총장과 정말 관계가 있을까. 심 씨 본인은 ‘윤 전 총장 측근설’ 보도 이후 잠적한 상태다.
◆ ‘윤석열-처가-삼부토건’의 연결고리
윤 전 총장의 무속논란 여파로 천공스승 등 여러 역술인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심 씨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윤 전 총장은 물론 장모 최은순 씨 등 처가와 가까운 관계로 추정되는 정황 때문이다.
<더팩트>가 확보한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일정표와 수첩도 그중 하나다. 2011년 일정표에서 심 씨는 8월 13일 '윤 검사'와 나란히 적혔다. 이날 일정표를 보면 '심무정' 아랫줄에 '만찬. 윤검사. 황사장'이라고 쓰였다.
1995~2004년 작성된 조 전 회장의 수첩에도 심 씨는 ‘무정스님’으로 자주 등장한다. 시기가 특정되진 않으나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은순 씨와 더불어 수첩에 이름이 가장 많이 적혔다. 윤 전 총장의 배우자 ‘김명신’(김건희) 씨의 이름도 등장한다.
특이한 점은 그가 2012년 삼부토건 하청회사 동부전기산업의 사내이사로 등기됐다는 점이다. 동부전기산업은 일정표에도 등장하는 '황사장', 즉 황하영(69) 사장이 경영하는 강원도 동해시 소개 기업이다. 황 사장의 아들 황모(32) 씨는 현재 캠프에서 윤 전 총장을 돕고있다. (더팩트 7월27일자 [단독] 윤석열 캠프 내 3040 비공식 인사…공통점은 '옛 삼부토건' 보도)
이처럼 ‘윤석열-최은순-김명신-조남욱 등 삼부토건 관계자’와 모두 관계를 지닌 그가 윤 전 총장과 김건희 씨의 결혼을 중매해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씨는 2011년 동업자 정대택 씨와의 맞고소 사건 당시 검찰 조사에서 "딸이 결혼할 사람은 조(남욱) 전 회장이 소개해줬다"고 진술했다. 아내 김 씨는 2018년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 "한 스님이 나서서 남편과 연을 맺게 해줬다"고 말했다.
◆ 고위직도 ‘심도사’에 깍듯…"윤석열 출세 깜짝 놀라"
심 씨는 강원도 삼척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걸로 파악된다. 부친이 현지 한 사찰의 스님이었는데 결국 속세로 돌아와 신발장사 등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심 씨도 승려로 지내길 바랐으나 환속한 승려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허락받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더팩트>는 지난 7일 심 씨를 만나기 위해 삼척을 찾았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그 사찰은 물론 가족과 이웃 및 동창들 전부 심 씨의 근황을 몰랐다. 단 ‘심도사’로 불렸던 그가 오래전부터 여러 사회 지도층 인사와 가깝게 지냈다는 증언은 공통적이었다.
그의 한 친인척은 "1980년대 후반부터 그 사찰에서 관상을 봐줬는데, 워낙 잘 맞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전국 각지에서 ‘심도사’를 만나려고 사람들이 몰려 왔다"고 회상했다. 또 "당시 장관 등 고위직에 있는 분들도 그분을 깍듯이 모시며 가까이 했다"고 귀띔했다.
윤 전 총장과의 관계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옛날만 해도 동네 이름을 딴 폭력조직이 많았는데 경찰이 방관하며 되레 유착을 했다"면서 "심 도사도 청년 땐 일원으로 순사(경찰)들과 잘 지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심 씨의 가족과 가까이 지냈다는 한 이웃은 "심도사는 어려서부터 몹시 영험한 존재로 주목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심 씨의 아버지마저 아들을 ‘심도사님’으로 부르며 예우를 갖췄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심 씨가 윤 전 총장 손바닥에 왕(王)을 써줬을 가능성’을 묻자 펄쩍 뛰었다. 그는 "심도사는 물욕이 없었던 인물로, 순수하게 관상만 봐줄 뿐 복채도 일절 사양했던 분"이라며 "손바닥에 글씨를 쓰면 좋다느니 하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심 씨의 한 동창은 윤 전 총장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윤석열이란 이름은 서울중앙지검장 되기 전 심도사한테 좋게 들은 기억이 있다"며 "그때는 윤석열이 유명하지 않아 크게 의미 부여를 안 했는데 정말 출세해서 깜짝 놀랐다"고 떠올렸다.
그 역시 "심 도사는 관상을 봤는데 매우 용하기로 전국에 소문이 나서 고관대작의 사모님들이 많이들 찾아 왔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도사 성향에 비춰보면 지금도 전국 곳곳을 돌며 수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몇 년에 한 번 삼척에 들를 때면 동부전기산업의 황하영 사장이 운전해서 데려다준다"고 설명했다. 또 "심도사 인맥이 어느 정도인지 자네(기자)는 상상도 못할 것"이라며 더이상의 말은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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