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혐의로 2008년 해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
이른바 '김미영 팀장'을 사칭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 검거됐다. 총책은 한국에서 경찰로 근무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만들어 대출해줄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박모(50) 씨와 조직원 7명을 지난 4일 마닐라에서 검거했다. 수배된 지 8년 만이다.
2013년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조직원 28명을 구속하는 등 국내 조직원들을 다수 검거했으나 총책인 박 씨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필리핀 마닐라 남동쪽에서 약 400km 떨어진 곳에 살며 가명 2개를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숨어있었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 중심으로 서울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팀은 소재 첩보를 모으고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외국에서 일어나는 한인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 부서)도 첩보를 수집·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2~8월 김미영 팀장 조직에서 정산·통장확보 등 핵심요직을 맡았던 4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에 압박감을 느낀 조직원 2명이 각각 지난 8·9월 코리안데스크에 자수했다.
서울청 인터폴국제공조팀은 국가정보원과 끈질기게 총책을 검거하기 위해 총책의 측근으로 알려진 대포통장 확보책 A씨 첩보 수집에 집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마닐라 코리안데스크는 지난달 25일 A씨를 검거했다.
지속해서 첩보를 모은 코리안데스크는 2주간 잠복을 통해 박 씨의 동선을 파악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4일 오후 3시30분쯤 필리핀 수사기관과 박 씨를 검거했다. 박 씨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수뢰 혐의로 2008년 해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검거된 조직원들을 국내로 신속히 송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등 필요성이 입증돼 향후 코리안데스크를 태국 등 인근 국가에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