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유죄 판결 일부 무죄로 뒤집혀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 형량이 6개월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6-1부(김용하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신 전 비서관도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형량이 감경됐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해 이 중 13명에게서 사표를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청와대와 협의된 인사들로 소위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 공공기관 17개 자리 채용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사표를 제출한 13명 중 12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으나 2심은 4명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표 제출을 요구받은 일부 임원들은 당시 이미 임기가 만료돼 환경부가 사표를 받은 후 후임 인사에 착수한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공공기관 임원 선정 과정에서의 업무 방해 혐의 일부도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공모에 130명이 지원했다"며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점을 모른 채 지원한 사람들은 시간과 비용 등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심한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무원의 고유한 권한을 무시하고 막대한 권한을 남용했다"며 "그런데도 사표 요구나 내정자 지원 행위 등을 하지 않았고 (환경부) 공무원이 한 일이라며 책임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책 판단과 법적 판단을 혼돈하는 잘못된 인식도 드러내,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권교체 후 공공기관 임원을 내보내고 새 정부 측 인물을 앉히는 것은 관행이라는 김 전 장관 측 주장에 대해 1심은 "이 사건 같이 대대적인 사표 징구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며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폐해도 심해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1심에서 유죄 판결된 많은 부분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돼 아쉽다"며 "형량이 지나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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