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업체 과장광고 등 영업정지 반복…피해 남성들 집단소송 준비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결혼을 꿈꿨던 전국 40~50대 남성 50여 명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탈북 여성과 혼인을 주선해준다는 업체들에 사기를 당했다며 이같이 나섰다.
1000여 명의 탈북 여성회원이 있다고 홍보한 일부 업체가 실제로는 신상불명의 소수 여성을 계속 내보내고, 짧고 무성의한 만남으로 중개수수료를 챙겼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TV에 출연한 탈북여성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쉽게 속았다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몇 업체는 과장 광고 등으로 수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더팩트>가 취재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탈북여성 결혼중개업체의 이용료는 통상 330만 원(주선비 300만 원, 부가세 30만 원) 안팎이다. 일반적으로 이 돈을 내면 원하는 여성 3명과 미팅을 할 수 있고, 이후에는 업체가 제안한 여성이 나오면서 결혼 성사 때까지 제한없이 소개해주는 조건이라고 한다.
만만찮은 액수지만 수도권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속는 셈 치고’ 한 업체에 가입했다. 이후 4명의 여성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 3명을 회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상황은 뜻밖이었다. 사진과 크게 다른 외모는 둘째치고, 여성은 대화에 시종 무심한 모습을 보이며 식사도 자판기 커피로 끝내자고 했다. 이처럼 무성의한 상대측 태도는 두 번째, 세 번째 여성들을 만났을 때도 비슷했다.
A씨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많았다. 미심쩍다고 느낀 남성들은 직접 만나 사례를 공유했다. 3~4명의 같은 여성들에게 같은 피해를 경험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여성들은 자리에 나올 때마다 직업은 물론 이름과 나이마저 속였다. 속한 업체도 그때그때 달랐다. 1000여 명의 여자 회원이 있다던 몇몇 중개사들이 광고와 달리 소수의 여성을 돌아가면서 만남 자리에 내보내 온 것이다.
피해를 호소한 또 다른 남성 B씨는 "30대 중반의 모 여성은 지금까지 밝혀진 이름이 7개, 나이도 33세에서 47세까지 바꿔가며 13개 업체를 통해 맞선에 나왔다"며 "또 다른 경우는 만남 5분 만에 도망가고, 남자가 주문을 잘못했다며 음료를 쏟고 뛰쳐나간 여성도 있다"고 전했다.
업체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3차례 만남 이후에는 좀처럼 남성들 연락을 안 받았다. 간혹 전화를 받을 때면 "더 잘 맞는 여성을 알아보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그 후에는 다시 통화연결이 안 됐다. 일부 남성은 환불을 요구했는데 ‘계약상의 문제’를 들며 거절당했다.
피해자들은 미팅에 나온 이들을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으로 의심한다. 이름과 나이 및 직업 등 개인정보를 속인 점에 더해, 일부는 기혼자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이런 사실을 여성들의 SNS 등을 살펴보고 파악했다.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업체 관계자들이 미디어에 여러 번 노출된 까닭에 ‘설마 고객을 거짓으로 대하겠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문제로 지적한 업체는 7곳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실제 과장·허위 광고로 지자체의 영업정지 처분을 여러 차례 받은 곳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초 서울의 한 자치구가 같은 이유로 모 업체에 1개월 영업정지를 명령했다.
이 자치구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탈북 여성 결혼중개사로 지난 2020년 2월부터 1개월, 같은 해 8월부터 3개월, 지난 8월부터 1개월씩 총 3차례에 걸쳐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며 "사유는 전부 거짓 혹은 과장 광고"라고 설명했다.
남성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50명을 모았고, 100명가량에 이르면 전액 환불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소송 참여 인원을 모집 중인 한 인사는 "시간을 두고 고소에 동참할 사람과 사례를 충분히 취합해 꼭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