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기 전부터 대기줄…"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죠"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하루 1050명 검사한 날도 있어요. 시간 당 160명씩 검사한 셈이니까 엄청 바빴죠."
4차 유행 기세가 거센 요즘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일하는 임상병리사 김영철(62) 씨는 최근 가장 바빴던 날을 이렇게 떠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제는 익숙해진 선별검사소. 코로나와 격전을 펼치는 최전선 현장이다.
추석을 앞둔 15일 오전,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바로 옆에 자리한 검사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곳은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만큼 문을 여는 시간인 9시 전부터 대기줄이 늘어선다. 그 시간대가 지나면 대기 인원이 많지는 않다. 이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 전후에 다시 많이 붐빈다.
이 검사소는 4차 유행이 본격화된 7월 중순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보건소와 고속터미널 선별진료소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유행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한다는 의도도 있었다.
이 곳에는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 인력 8명과 단기 인력 2명, 동대에서 파견 나온 군인 2명과 이들을 통솔하는 동대장, 행정 지원 및 총괄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2명 등이 배치돼있다.
이들이 조를 짜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찾아오는 시민들을 맞이한다. 오후 1~3시는 점심 및 휴식시간으로, 평일에는 7시간, 토요일 및 공휴일엔 4시간을 근무한다.
이 곳은 개소 이후 4차 유행이 기세를 떨칠 때 몹시 분주했다. 이날도 대기줄은 없었지만 검사를 받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정점은 2주 전쯤이었다.
간호사 A씨는 "정말 검사자가 많았다. 시민들이 대기장소에 꽉 차고, 줄이 지하철 역 출구까지 늘어져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방호복을 입고 일하다보니) 한여름에는 정말 더웠다"고 말했다.
김영철 씨는 "하루 1050명 검사한 날도 있었다. 7시간 동안 시간당 거의 160명 꼴로 검사했다"며 "1분에 2~3명 씩이다보니 그 날은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일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최근에는 하루 600~700명 정도"라며 "주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검사 대상자가 늘어나면 여기도 더 바빠진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시민들이 검사를 받으러 오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키가 작아 검체를 채취하는 창문에 닿지 않고, 채취하기도 어렵다.
김 씨는 "처음엔 의자 위에 올라서게 해서 창문을 통해 검체를 채취하기도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의료진이 잠시 밖에 나와 채취하는 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요양보호사 등은 검사를 자주 받다보니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다른 검사소에서는 안 아프게 하는데 여긴 (면봉을) 깊숙이 넣어서 아프다"는 식의 불만이다. 그래도 검체 채취를 꼼꼼히 해야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강남역 선별진료소는 이번 추석 연휴에는 첫 날과 마지막 날에만 운영된다. 상주인구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 곳 인력들도 조를 짜서 번갈아 근무한다.
최근에는 연일 수도권과 서울 확진자가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내면서 추석을 거쳐 전국으로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도 서울에서 역대 가장 많은 804명의 확진자가 발표된 날이었다.
김 씨는 "결국 본인이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누가 감염됐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상대방을 배려하고, 본인 스스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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