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판결…"평온 깨지 않았다면 침입 아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①집을 비운 사이 아내의 내연남이 집에 들어와 바람을 피웠다. ②가정불화로 집을 나갔던 시부모와 찾아와 동생만 있던 집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왔다.
둘 다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A씨와 B씨는 부부이고 C씨는 B씨의 내연남이다. C씨는 남편 A씨가 집에 없을 때 B씨의 집에 3번 방문했다. 불륜 행위를 할 목적이었다.
1심 법원은 C씨의 주거침입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C씨가 B씨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갔기 때문에 주거를 침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9일 이 사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C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1984년 대법원 판례가 변수였다. 당시 대법원은 같이 거주하는 사람의 의사에 반한다면 또 다른 사람이 승낙했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021년 대법원은 달랐다. '침입'은 거주자의 평온상태를 깨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봤다. 공동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침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 C씨는 B씨가 허락해 평온을 깨지않고 집에 들어왔기 때문에 주거 침입으로 볼 수 없게 된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혼외 성관계를 가진 B씨와 C씨를 용납할 수 없지만 주거침입죄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법리대로라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온 ②의 경우는 왜 주거침입죄가 인정되지 않을까.
가정불화로 집을 나간 A씨는 한달 만에 부모와 나타났다. 당시 집에 혼자 있던 처제 B씨는 부부관계가 끝난 것 아니냐며 형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A씨는 부모와 합세해 출입문 걸쇠를 부수고 집 안에 들어갔다.
이들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A씨 무죄, 부모는 유죄로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같은 날 이 사건 상고심에서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된 A씨의 부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들이 물리력을 써서 '평온을 깨고' 주거지에 들어갔는데도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유는 아들 A씨가 이 집의 공동거주자이기 때문이다.
주거침입죄는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야 성립한다. 무슨 수를 써서 들어갔든, 다른 거주자의 평온상태를 깼든 내 집이라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같은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함께 들어간 외부인에게도 주거침입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동주거관계의 취지와 특성, 공동주거자 서로 용인한 의사, 공동주거관계에서 사회적 한계 등을 고려해 주거침입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