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장애인 명의로 사업해 수억 체납…납세는 누가?

가족의 명의 도용으로 수억원의 채무를 진 장애인에게 부과된 세금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법원 "실제 경영한 사람 아냐"…장애인 손 들어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아는 사람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주유소를 운영하다 폐업해 수억 원의 세금을 떠맡게 된 장애인이 법원 판단으로 납세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급 지적장애인 A 씨가 정부 등을 상대로 낸 납세의무 부존재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A 씨가 실종된 뒤 그의 명의로 주유소를 운영하다 세금을 내지 않은 채 폐업했다. A 씨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대부업체에서 대출까지 받았다. 이같이 쌓인 채무는 △종합소득세 약 1억 2700만 원 △부가가치세 약 1억 2800만 원 △가산금 약 7400만 원 등 모두 수억 원대다.

재판부는 "원고의 지적장애 정도에 비춰 사업자등록의 법률적·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사업자 명의를 대여했다고 볼 수 없다. 과세관청으로서도 간단한 사실확인만 했어도 원고가 주유소를 실제로 경영한 사람이 아닌 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 부과 처분은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상 '객관적으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을 때' 과세처분을 무를 수 있다.

실종된 A 씨는 수년 뒤 발견됐다. A 씨는 실종된 동안 B 씨가 명의를 도용해 빚을 지게된 사실을 알고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B 씨는 준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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