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창이 검사야"…사건무마 청탁 의혹 '무죄 반전'

고등학교 동창인 검찰 고위간부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반전 끝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더팩트 DB

대법, 1심 유죄 뒤집은 원심 판결 확정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고등학교 동창인 검찰 고위간부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반전 끝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횡령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던 B씨에게 검찰 고위직인 고교 동창에게 얘기해 집행유예나 무죄판결을 받게 해주겠다며 약 158억원의 채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를 위해 증인신문 초안 등 법률 서류를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C씨에게 고교 동창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에게 부탁해 맞고소 상대방을 구속하고 C씨 사건은 무마해주겠다며 1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500만원을 추징했다.

A씨는 검사들과 친분을 내세워 사건을 처리해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채권은 청탁 대가가 아니라 B씨의 손해배상채무와 개발사업 손해를 보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에게 받은 1500만원도 개발사업을 위해 먼저 지출한 경비를 돌려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1심 법원은 B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158억원 채권을 넘길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C씨가 개발사업 경비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의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1심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법원은 A씨와 B씨가 작성한 채권양도 이행합의서에 쓰인 '추가로 진정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단서에 주목했다. 실제 B씨는 A씨의 진정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있었다. 반면 채권양도 조건 중 집행유예가 언급된 대목은 A씨의 의무라고 볼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합의서 유효기간이 판결 선고 시기가 아닌 작성 후 불과 3개월 후로 명시된 것도 미심쩍었다.

B씨는 당시 대형로펌 소속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상황이었는데 이행합의서를 놓고 협의하지도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A씨가 보낸 이메일에 검사를 접촉할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 B씨에게 추천한 변호사라고 적혀있는 등 A씨가 동창 검찰 고위간부를 내세웠다는 주장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손해배상 채무로 돈을 받았다는 A씨의 주장도 근거가 있다고 판단됐다.

C씨 역시 A씨가 동창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론하며 사건 무마 대가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검사는 그로부터 4개월 뒤에야 중앙지검에 부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않은 C씨가 구속된 뒤에도 일부 돈을 A씨에게 줬고 징역형이 확정된 3년 후에야 고소하는 등 사건무마 청탁 명목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도 드러났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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