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언론활동 아냐"…1심 판결 뒤집혀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의혹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장석조 김길량 김용민 부장판사)는 이 전 중수부장이 노컷뉴스 운영사 CBSi와 이 회사 A 논설실장, B 기자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CBSi와 A 논설실장이 공동으로 1000만원, CBSi와 B 기자가 공동으로 30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정보도를 게재하고 기사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해 검색되도록 하라고도 명했다.
노컷뉴스는 2018년 6월 A 논설실장의 논평에서 '이인규씨는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으로 타격을 주기 위한 국정원의 기획이었다며 사실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이 대목을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장이 국정원 간부로부터 시계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은 사실만 인정된다"며 "실제로 이 전 부장이 해당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데 관여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 측이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이 전 부장의 일부 주장만 발췌해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보도의 공익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노컷뉴스는 지난 2018년 6월21일 '이인규 미국 주거지 확인됐다, 소환 불가피' 제목의 기사를, 이틀 뒤에는 '이인규는 돌아와 진실을 밝혀야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다.
기사에는 '노 전 대통령이 고가의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을 국정원이 언론에 흘렸고, 이 전 부장이 관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논평은 이를 이 전 부장이 시인했다고 썼다.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김국현 심현근 김기호 부장판사)는 "기사 내용이 허위라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부장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