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증거로 언쟁…"개전 여지 있다면서 재판 지연 시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가석방을 하루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태도는 여유로웠다. 반면 검찰은 "개선 여지가 있다고 가석방됐는데 재판 절차를 지연하고 있다"며 변호인과 추가 증거 제출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는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내일 출소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점심시간을 앞둔 휴정 시간에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검사들과 악수하기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올랐다. 그는 13일 오전 10시 재수감 207일 만에 풀려날 예정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검찰의 추가 증거 제출에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도 언급됐다.
변호인은 증거 기록 열람·등사가 제한된 상태에서 검찰이 추가 증거를 제출하는 건 일방적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지켜본 뒤 일부 증거를 선별해 제출하는 건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일부 증거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라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복현 부장검사는 "개전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가석방됐는데 이런 식으로 재판 절차를 지연하려는 변론 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개전 여지'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사유 중 하나였다. 다만 이 부장검사는 "가석방은 법무부 권한으로 별도로 이뤄진 것이라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방적 증거 제출이라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은 "엄청난 자료를 숨겨두고 꺼내온 것처럼 말하는데 (추가 제출한 증거는) 삼성증권 이메일 등 삼성의 지배 영역에 있는 자료"라며 "변호인도 이미 준비기일 때 다 본 자료라고 언급했다"고 반박했다.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전·현직 임원 측 변호인도 "저희로서는 (추가 증거는) 처음 보는 자료"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추가 증거 대부분 삼성증권 이메일 자료라며 "김앤장(이 부회장 등의 변호인 소속 로펌)이 대리한 삼성증권에서 나온 건데 접근 권한이 없느냐. 안 보셨냐"고 몰아세웠다. 변호인이 침묵하자 "답변 못 하시는 걸 보니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지금 기소한 지 1년 됐고 증거 인부 절차만 7~8개월을 끌었는데 무슨 생전 처음 이야기 나온 것처럼 난리 치시냐"며 "변호인 불리하니 (언쟁이) 벌어진 것 같은데 절차를 끄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변호인은 증인신문이 모두 끝난 뒤 이야기하겠다고 답하며 양측 대립은 일단락됐다.
앞서 이 부회장 등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및 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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